조리 빠른 냉장 간편식
초기엔 완성된 요리가 아니라 식재료와 양념을 한 피키지 안에 담아 파는 형태가 많았다. 냉장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냉동·통조림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공 과정은 단순하고 눈으로 식재료의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어 신뢰를 얻었다. 게다가 포장에서 꺼내서 팬이나 냄비에 넣고 요리를 완성하는 등 직접 조리하는 과정도 있어 '사 먹는다'라는 죄책감도 덜했다. 식재료 손질이 되어 있어 간편한 데다 요리를 직접 한다는 생색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전업주부도 아무렇지도 않게 간편식을 장바구니에 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밑반찬 같은 걸 사 먹는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이후 점점 더 편한 것을 찾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출시되는 냉장간편식 대부분이 이같은 반조리 식품이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기만 하면 된다. 롯데마트 김혜수 간편식 MD는 "냉장 간편식은 해동이 필요한 냉동보다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주는 장점이 크다"며 "또 냉동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1~2인)이 많아 지속해서 늘고 있는 1~2인 가구 시대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단점은 역시 유통기한이다. 평균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로 짧다.
맛 더 좋은 냉동 간편식
냉동식품의 인기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유통기한이다. 냉동식품의 평균 유통기한은 9개월에서 최장 1년으로, 냉장식품보다 대략 5배 이상 길다.
게다가 맛도 경쟁력이 있다. 이용석 피코크 개발팀장은 "냉동·냉장·통조림 등 가정간편식의 세 가지 카테고리 중 냉동 제품 맛이 가장 뛰어나다"며 "냉장이나 상온 식품은 포장 과정에서 가열해 멸균 상태로 만들기에 식재료 본연의 맛을 지키기 어렵지만 냉동식품은 조리 직후 영하 40도로 급속 동결시키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식감과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부 김이나(42·반포동)씨는 "최근 볶음밥과 각종 안주류 등 다양한 냉복 제품을 먹어봤는데 맛이 있더라"며 "특히 볶음밥은 집에서 내가 만든 볶음밥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이런 바람을 타고 냉동식품 전문 매장 '롯데 프리지아' 7월 문을 열었다. 1200여 가지 제품 중 75%인 900여 가지가 냉동제품이다. 가정간편식 뿐 아니라 냉동 과일·채소 등 식재료까지 다양하다. 라자냐·피쉬앤칩스·에스까르고(달팽이 요리) 등 오븐 조리해야 하는 프랑스 수입 냉동식품도 있다.
롯데슈퍼 정인구 마켓999부문장은 "매출순위를 분석해보니 에스까르고 처럼 오븐 조리해야 하는 제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작은 저가형 오븐 등이 보급되면서 국내에서도 오븐 요리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오븐 조리용 냉동 제품을 더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보관·이동 편리한 통조림
이런 인기를 타고 동원·샘표·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회사들은 통조림에서 꺼내 바로 먹는 반찬이나 안주류를 출시했다. 동원은 2016년 간편 안주캔 브랜드 '동원포차'를 런칭한 데 이어 2017년엔 데울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 요리캔 브랜드 '정찬'을 런칭하고 안동식찜닭과 닭볶음탕 2종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도 뚜껑을 따서 바로 먹는 꼬막이나 꽁치 등의 수산캔 브랜드 '계절어보'를 런칭했다.
점점 종류가 다양해져 선택의 폭은 넓어졌으나 살균을 위한 열처리 과정에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지키기 어렵다는 단점은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냉장간편식은 국·탕·찌개 등 한식 많고
냉동식품 전문 매장까지 문 열어
냉대받던 통조림도 보관·이동 편리해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