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기 바이킹 전사의 전형적인 무덤으로 알려졌던 스웨덴 비르까 섬의 Bj581호 봉분의 부장품이다. 앉은 자세로 묻힌 무덤 주인의 무릎에는 정교한 게임 세트까지 놓여 있었다. 1880년대에 비르까 마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 무덤은 지체 높은 바이킹 전사 장례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덤의 주인공은 키가 170cm쯤 되는 30대 여성이라는 사실이 발굴 140년만에 밝혀졌다. 이 같은 결과를 담은 논문 ‘유전체학으로 확인된 여성 바이킹 전사’가 8일(현지시간) 아메리칸 신체인류학 저널에 게재됐다.
비르까에는 3000개가 넘는 무덤이 있고, 그중 1100개가 발굴돼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킹 매장지로 알려져 있다. 그중 스웨덴 고고학자가 발굴한 BJ581호 봉분은 예외적으로 잘 보존된 경우였다. 칼·도끼·창·단검, 화살이 관통한 갑옷, 은제 투구, 방패 2개와 암말·종마 한쌍 등이 주인과 함께 묻혔다. 무릎에 놓인 보드게임 조각은 바이킹 전사의 전술과 전략을 시험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무덤 주인이 강력한 군사 지도자임을 암시했다. 이 같은 유물은 스웨덴 역사박물관의 Bj581 아카이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남성 전사의 이미지는 남성 중심의 연구 전통과 현대의 선입견에 의해 강화됐다고 첨언했다. 1970년에 처음 시행된 골조직 분석에서 여성의 골격이라는 걸 밝혀냈지만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무덤의 주인공이 여성이라면, 자신의 무기가 아니라 가족의 지위와 역할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부장품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인근에서 발굴된 나머지 여성의 무덤에는 무기류의 부장품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도끼와 창, 검, 은제 투구에 말 한쌍 부장
스웨덴서 발굴 후 140년간 남성으로 여겨
DNA 검사 결과 X염색체만 나온 여성 전사
연구진은 나아가 이 여전사의 DNA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이슬랜드, 덴마크와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등의 현대인과 유전적 친화성을 보였다. 이 여전사와 연관된 DNA가 북유럽 전역에 퍼졌다는 의미다. 이전에 여전사 모양 조각 등이 출토된 적은 있었으나 바이킹 여전사 유골이 확인된 건 최초다.
다음은 호주의 뉴스닷컴에서 소개한 북유럽 바이킹 여전사의 역사를 담은 노르웨이 시.
Then the highborn lady saw them play the wounding game,
그때 고귀한 숙녀가 상처입는 게임을 하는 이들을 보았네
she resolved on a hard course and flung off her cloak;
그녀는 험난한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외투를 벗어던졌네
she took a naked sword and fought for her kinsmen’s lives,
그녀는 맨 칼을 잡고 친족의 목숨을 위해 싸웠네
she was handy at fighting, wherever she aimed her blows.
그녀는 전투 솜씨가 좋았지, 그녀가 칼을 겨누는 어디에서든.
— The Greenlandic Poem of Atli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