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주올레(㈔제주올레 엮음, 북하우스)=제주올레가 10주년을 맞아 제주올레 수기 공모작을 선정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길을 걷는 것은 인생을 사는 것과 비슷한 일이어서 올레꾼 18명이 들려주는 사연 하나하나가 눈에 밟힌다. 역시 길은, 길을 내는 자의 것이 아니다. 길을 걷는 자의 것이다.
주름, 펼치는(김재홍 지음, 문학수첩)=시인이 4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 ‘주름’을 키워드로 삼은 시편들이 눈에 띈다. 주름은 여러가지로 읽힌다. 살면서 훈장처럼 얻은 흠결이나 과오, 상처와 그늘…. 그런 주름을 의식하는, 주름이 바탕에 깔린 인생의 힘으로 시인은 자신의 주름을 덮고 끌어안는다.
물싸움(전미화 글·그림, 사계절)=타들어가는 가뭄과 비 한방울을 실감나게 묘사한 책. 논에 물을 대기 위한 농부들의 치열한 행동을 그렸다. 어른도 잘 알지 못했던 농사와 물에 관한 이야기를 막힘없는 붓선으로 풀어냈다. 농촌에 살며 그곳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돋보인다.
돼지꿈(김성미 글·그림, 북극곰)=학교가 끝나면 피아노·미술 학원, 태권도 교실, 영어 학원의 트랙에 올라타는 아이들을 보듬는다. 쉴 틈 없는 아이의 장래희망은 대통령도 과학자도 아닌 바로 돼지다. 실컷 놀고 먹고 뒹굴고만 싶은 아이의 깜찍한 꿈을 하루쯤 눈 질끈 감고 실현시켜주는 여유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