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일본 총리관저에 열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정례 브리핑에서 한 일본 신문 기자가 조금 전 민방(민영방송) 뉴스쇼에서 다룬 아이템을 거론했다. 이날 아침 지상파 후지TV는 지난달 15일 미·일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일본 주간지 보도를 인용해 소개했다. 그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북한 위기속 정체불명의 "아베-트럼프 녹취록'쏟아지고
"아베가 정치적 생명 걸고 북한 갈 것" 소문까지 횡행
트럼프 생각 베일에 쌓이자 각종 유언비어와 추측 난무
"주간지 보도 맞는 경우도 있어 완전 무시도 어려워"
주간지의 보도엔 "김정은이 이미 '미국의 크리스마스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경고한 만큼 교섭이냐, 폭격이냐를 결정하는 트럼프-김정은 협상의 데드라인은 이번 크리스마스"란 내용도 포함돼 있다.
주간지의 보도 내용이 관방장관의 총리관저 정례 브리핑에서 언급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아베 총리의 오른팔인 스가 관방장관도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런 이야기가, 정상간의 전화회담이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다. 정부 입장을 말할 수 있는 (성격의) 내용이 아니다”고만 했다.
북한 핵ㆍ미사일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음에도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일본 사회엔 루머와 유언비어가 사실인 양 전파되고 있다.
트럼프의 속 마음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대화에 있는 것인지, 이번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트럼프의 절친'으로 떠오른 아베 총리와의 잦은 전화통화에서 과연 그가 무슨 말을 쏟아내고 있는 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여일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7월31일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건국기념일인 9월9일에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주간지 보도까지 나왔다. 트럼프가 아베에게 예정된 대북 공습일을 슬쩍 알려줬다는 거다. 트럼프가 “지난 4월에 시리아를 때렸던 것처럼 북한에 한방 때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고, 이에 아베 총리가 “구체적인 스케줄이 있느냐”고 묻자 트럼프가 다시 “그 놈(북한)들의 건국기념일이 9월 9일 아니냐. 간부들이 모여서 기념식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보도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이때만해도 메이저 언론은 이를 취급하지 않았다.
일본의 언론 풍토에 정통한 전문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식었고, 대신 북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김정은이 주간지나 인터넷 뉴스의 주된 타깃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주간지의 경우 메이저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총리관저나 의회 주변의 검증되지 않은 얘기들을 보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며 “정치인들의 신변에 관련된 뉴스나 불륜관련 보도의 경우 결과적으로 맞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 아베 총리의 안보 리더십을 부각해 정치적 위기 탈출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정권의 의도까지 맞물리면서 일본 내부가 각종 설에 휘청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일본 정치권뿐만 아니라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지난달 29일엔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유언비어가 횡행했다. SNS엔 “북한 미사일을 직접 봤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미사일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방위성이 “비행 경로로 볼때 지상에서 육안으로 미사일을 봤을 리가 없다"고 결론을 낸 뒤에야 관련 글과 동영상이 삭제됐다.
서승욱·김상진 기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