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제비갈매기들은 땅바닥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았다. 알을 낳기 위해 또는 알을 품기 위해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흙 위에 핀 꽃봉오리 같았다. 보통은 5m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2~3m 이내에 다닥다닥 붙어 있기도 했다. 쇠제비갈매기들은 땅바닥 둥지에다 두세 개의 알을 낳았다. 알에는 얼룩무늬가 그려져 있어서 언뜻 보면 알과 흙을 구별하기 힘들었다. 천적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 숨은 전략이다.
다큐멘터리 PD 신동만의 저서 『쇠제비갈매기의 꿈』에 나온 구절이자, 매년 낙동강 하구에서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쇠제비갈매기는 갈매기류 중에서 크기가 아주 작은 축에 속한다. 몸길이가 평균 28㎝ 정도다. 나는 모습이 제비 같다고 해서 쇠제비 갈매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멸종 관심종인 쇠제비갈매기는 바닷가나 하천 등 너른 모래톱이 형성된 곳을 주 번식장소로 삼는다.
10여 년 전부터는 멸치 등 먹이가 감소하고 여름철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로 적절한 번식 장소를 찾지 못하게 되면서 국내 낙동강 하구 삼각지를 찾아 알을 낳곤 했다. 여름 철새인 쇠제비갈매기는 남반구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나고, 여름이면 약 1만㎞ 떨어진 국내 낙동강으로 돌아왔다.
너른 모래톱이 주 번식장소인 '쇠제비 갈매기' 낙동강 하구에서 번식
매년 1600쌍에서 최근 한 쌍도 번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
안동호에서만 올 여름 200마리 발견돼 보호대책 시급
7~8일 '안동호 쇠제비 갈매기 국제세미나’ 국내서 첫 개최
전문가들은 적절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쇠제비갈매기가 낙동강을 서식지로 삼은 자체만으로 생태계 변화 연구에 커다란 지표가 될 수 있는데다, 이제 낙동강에는 안동호에서만 번식을 하게 돼서다. 이에 안동시와 조류생태환경연구소는 오는 7~8일 양일간 안동에서 ‘안동호 쇠제비 갈매기 국제세미나’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해 쇠제비 갈매기 지키기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쇠제비 갈매기 번식지 복원에 성공한 호주·일본 등의 외국 전문가 4명 및 조류 보호 국제기구들이 참여한다.
박 소장은 "일본은 바닷가를 개발해 쇠제비갈매기가 알을 낳을 장소가 없어졌을 경우 근처 큰 건물의 지붕에 모래를 깔아서 번식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며 "개발로 생물을 내치기보다는 사람과 생물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일 안동시 안전재난과 과장은 "안동호 번식지 보전을 통해 안동의 생물자원과 다양성을 지역의 생태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