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임지영의 음반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젊은 모차르트가 쓴 소나타들은 임지영의 연주에서 진중하고 무겁게 표현된다. 모차르트 특유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대신 임지영은 보다 큰 굴곡으로 어두움과 깊이를 포괄한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넘어갈 줄 아는, 한 마디로 그릇이 큰 연주다.
워너 클래식스에서 첫 음반 낸 22세 바이올린 연주자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
"주위에서 왜 그러냐고 할 정도로 반성하며 사는 스타일"
유학 경험 없이 한국에서만 공부하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임지영은 지난해부터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어, 너 콩쿠르 우승자구나. 그래서?’ 정도의 반응이에요. 콩쿠르 우승자가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색깔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독일 유학이 그런 기회를 줄 거라 생각했죠.” 그는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연주도 그런 스타일로 치중해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던 즈음이었다”고 했다. 화려한 경력에 들뜨는 대신 반성하고 되돌아본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그 다음에는 연주 무대의 연속이었다. 임지영은 “다른 사람의 연주도 많이 듣고 소화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싶었다”고 했다. 음악학교식의 일반 교육보다는 공개레슨과 토론 위주로 학습이 이뤄지는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임지영은 “다니엘 바렌보임, 기돈 크레머, 안드라스 쉬프 같은 엄청난 연주자들이 와서 공개레슨을 하고 토론을 해요. 연주 때문에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가서 배우죠”라고 했다.
임지영과 임동혁은 이달 2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18ㆍ26번, 베토벤 소나타 9번을 연주한다. 서울 마포아트센터(19일), 화성(23일), 청주(24일), 대전(27일)에서도 같은 연주가 이어진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