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출국...기조연설서 전세계 상대로 대북 메시지 발신
푸틴과 정상회담...새 안보리 결의 '공감대' 마련 관건
하지만 이번에는 기류가 베를린 구상 발표 때와는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차원이 다른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는 남·북·러 경제협력에 대한 북한의 호응 촉구 등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방향은 수정될 것이라고 한다. “베를린 구상 두 달 만에 문 대통령이 밝힐 ‘블라디보스토크 구상’에는 기존의 대화보다는 압박에 방점을 찍은 강한 메시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가 소식통은 전했다.
관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북핵 접근법에 대한 공감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 지다. 두 정상은 4일 밤 통화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양국의 공식 발표는 묘하게 차이가 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추가적 유엔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의 복잡한 상황은 오로지 대화 재개와 광범위한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만 했다. 추가 제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4일 밤(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바실리 네벤샤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지금까지 북핵 관련 상황이 발전한 것은 제재만 가하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문제를 풀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하는 안보리 추가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11일 새 결의 채택을 목표로 이미 중국과 협의에 들어갔다. 그 전에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범 서구권 정상은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을, 한·일이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제재 도출에 있어 협력을 이끌어내는 ‘1대1 전담 마크’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③신북방정책 지지 확보하나=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신정부의 외교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인 신북방정책에 대한 비전도 밝힐 계획이다.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극동 지역 개발 협력에 대한 의지 피력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 전체와의 연계성 강화 필요성을 기조연설 등에서 강조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할트마긴 바트톨가 몽골 대통령과 취임 뒤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 증진 및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잡혀 있다.
남관표 2차장은 “남·북·러 협력이 북핵 문제 때문에 진전이 안되고 있는데, 북한은 일단 논외로 해놓고 한·러 간 경제협력을 강화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때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