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날 중국 현지 합작사 베이징현대의 창저우(常州) 공장(4공장)의 가동이 이날 정지됐다. 공기 흡입구 부품을 공급하는 창춘커더바오에서 지난 주말부터 납품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베이징현대는 전날까지 공장을 돌렸으나 이날 재고가 바닥났다. 자동차는 약 2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데, 이 가운데 한 개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차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현지 납품업체인 베이징잉루이제가 같은 이유로 납품을 거부해 약 1주일간 중국 공장 네 곳이 ‘올 스톱’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의 현대차는 생산을, 중국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기차는 재무 쪽을 전담하고 있어 우리가 자금을 투입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행히 협의가 잘 돼 내일부터는 가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브 보복 판매 부진, 대금 지급 늦어지자 납품 거부
사드 보복 장기화로 이같은 가동 중단 반복될 우려
2500억원 자금 투입 등 현대기아차 초비상경영
중국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기차와 ‘불협화음’도 걱정이다. 현재 중국에는 국내 협력업체 142곳이 진출해 289곳의 공장을 가동하며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베이징기차는 이들에게 비용절감을 위해 납품 단가를 20% 이상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에는 부품업체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할 것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차는 한국 업체와 기술력 격차 등을 문제 삼아 이를 거부했다.
중국 현지의 현대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베이징현대로부터 대금을 3~4개월 못 받고 있지만, 그간의 협력관계를 생각해 납품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금 연체가 더 길어지고, 납품 가격까지 낮아진다면 한국 협력사들도 납품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현지 합작사인 둥펑위에다기아 역시 중국 현지 판매 부진으로 부품업체에 미납한 대금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둥펑위에다기아는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베이징현대보다 경영 상황이 더 안좋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업체들이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드’라는 정치적 이슈로 인해 벌어진 일인만큼 개별 기업이 돌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위기가 일시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드 보복으로 인해 다른 업종의 피해도 커지고 있는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