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추 대표는 연설에서 ‘대화’라는 단어는 12번이나 동원한 반면 ‘규탄’이란 단어는 딱 한 번 사용했다. 추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전에도 “사드를 배치하면 전쟁이 난다”며 북한·중국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빈축을 산 적이 있다.
제정신 없는 정치인은 그뿐이 아니다.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북핵 위기의 와중에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건 또 어느 나라 정당의 사는 법인가. 제1야당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에 맞서 사납게 싸워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시바삐 외출을 중단하고 귀가해야 한다. 핵 문제는 핵 문제대로, 언론 문제는 언론 문제대로 국론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은 정치권과 정부의 북핵 대응을 믿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집권 세력부터 우리 국민의 생존을 어떻게 지킬지 완전히 새로운 외교안보 설계도부터 내놓기 바란다. 정치권은 북핵 위기를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그 위험을 축소하거나 은폐해서도 안 된다. 국난(國難)은 외적이 일으키지만 국망(國亡)은 정치가 결정짓는다. 제정신을 잃은 정치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국민이 3류로 추락하는 건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