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차 핵실험 │ 북한 전략
① 국내 기반 불안한 트럼프=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러시아 관련 스캔들에 최근 텍사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피해 수습 문제까지 불거지며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화에서부터 ‘군사적 옵션’까지 두루 거론하며 조기에 성과를 보려고 애쓰는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는 게 한·미 외교가의 관측이다.
트럼프, 러 스캔들 등 리더십 위기
북, 미 본토와 한국 보호 선택 압박
시진핑, 미·중 파워게임으로 인식
대북 일방적으로 비판엔 한계
한·미·중 공조 균열 속 치킨게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콜린 칼 조지타운대 교수는 “냉전시대 때 ‘보스턴과 베를린을 맞바꿀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었다면 북한의 ICBM 완성은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을 맞바꿀 수 있는가’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② 글로벌 리더십 확보 나서는 시진핑=10월 19차 당 대회를 계기로 두 번째 임기(2017년 말~2022년 말)를 시작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기에서는 국내 기반뿐 아니라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 속에서 북핵 문제가 미·중 간 파워게임의 주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을 움직여 김정은의 팔을 비틀겠다는 것이 트럼프식 대북정책의 큰 축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중국 주최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개막일인 3일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재를 뿌렸지만 중국 리더십 차원에서의 비판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6차 핵실험 문제를 논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만 중국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의 취약성을 만회하기 위해 단기적 북핵 성과에 급급하고, 중국은 미·중 관계의 틀 속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니 해결책 도출이 힘들다. 김정은이 이런 상황을 잘 알고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③ 남북관계 개선이 최우선인 문 대통령=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정통성을 걸고 있다. 도발을 거듭해도 문재인 정부가 강경 대응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김정은은 판단하고 있는 양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의 도발을 명분으로 군사력 증강 등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과 밀착 안보 공조를 추진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김정은은 자신이 긴장을 고조시켜도 주요국들이 공조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는 어렵다는 판단하에 구도를 치킨게임처럼 몰고 가면서 주변국의 딜레마를 심화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판을 키우는 것까지는 김정은의 의도대로 될지 모르지만 원하는 만큼의 판돈을 챙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