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미국 국채 팔아라!
트럼프는 한 해 3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라고 중국에 압력을 가한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경제 전략대화’에서 미국은 지식재산권 조사에 이어 ‘금융시장 추가개방’까지 들고 나왔다.
美·中 무역갈등 심화되자 각종 보복조치 들고나와
특히 중국 관영지를 중심으로 ‘美국채매각설’ 부각
전문가들 “현실적으로 불가능, 엄포로 끝날 가능성 커”
중국 관영 매체 사이에서는 감정적인 보도가 쏟아졌다. 미국 경제가 20조 달러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중국이 국채매각을 본격화할 경우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중국 관영 매체가 주장하는 국채매각 카드, 정말 가능한 일일까?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미국 국채매각 얘기는 관영 매체에서 말한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 단 한 번도 인민은행 등 공식 채널을 통해 거론된 바 없다”며 “중국이 실제 미국 국채를 내다 팔면 전 세계 금융시장 혼란이 일어나고, 그것이 부메랑이 돼 위안화 가치를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은 최소 몇 배 더 거센 통상압력과 금융시장 개방 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은 ‘국채’ 하나를 두고 묘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해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3470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상반기만도 1175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이렇게 끝없이 흘러드는 달러화를 미국 국채매입에 썼다. 2000년부터 17년간 미국 국채를 매입해왔고, 현재 보유한 미국 국채만 1조1400억 달러가 넘는다.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인의 구매력을 지탱해줬고, 중국은 더 값싸게 공산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는 여기서 비롯됐다. 중국에 넘쳐났던 달러는 미국과 중국을 오간 셈이다.
전 소장은 “현재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예고하고는 있지만,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긴 어려워 보인다”며 “국채매각 위협론은 우리가 우려하는 심각한 상황보다 몇 발짝 더 나갔을 때나 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그는 “무역불균형으로 미국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부담스러운 중국 입장에서 미국 국채를 계속해서 사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국채매각을 거론한 중국 매체의 보도는 ‘엄포’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채매각으로 전쟁이 확산될 경우 이는 양국 경제 모두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드인 것은 맞는데, 꺼내자마자 내가 오히려 독박을 쓰는 읽힌 카드다.
차이나랩 김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