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의 어린이공원 벤치에서 80대 할머니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옆 벤치에는 할아버지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한 할머니는 신당동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넋두리를 했다. 공원 옆 문구점 주인은 "어린이공원인데도 평일에는 노인밖에 없다. 경로당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 근처 롯데캐슬 아파트 놀이터에 주민 3명이 아이 한둘을 데리고 나와 놀고 있다. 주민 김 모(41) 씨는 "젊은 부모가 비교적 많은 단지인데도 애들이 별로 없어서 학습지 교사가 잘 안 오려 한다"며 "애들이 어린이집 외에 바깥에서 친구를 만나서 놀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는 서울에서 유소년(15세 미만) 대비 65세 노인 비율이 가장 낮다. 노인 1명에 유소년이 1.6명에 불과하다. 노인이 유소년의 1.7배다. 손자·손녀보다 할아버지·할머니가 훨씬 많다.
6년 새 노인 추월에 합류한 데가 서울·부산 등의 대도시라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서울과 6대 광역시의 44개 구가 노인이 더 많다. 6년 전에는 14곳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10년에는 종로구·중구만 노인이 추월했으나 지난해에는 18개 구로 증가했다. 반면 서울 서초구가 노인 1명당 아이의 비율이 1.25명꼴이어서 25개 구 중에서 가장 젊다. 양천·송파·강남 등의 부유한 구가 뒤를 잇는다.
부산은 더 심각하다. 신도시가 들어선 강서구·기장군을 외 14개 구에서 노인 추월 현상이 나타난다. 6년 전에는 6개 구만 그랬는데, 6년 새 금정·부산진구 등 8곳이 늘었다. 해운대구도 노인 1명당 아이가 0.95명에 불과하다.
대도시 노인 추월 현상의 원인은 최근 수년 간 서울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이 1명에 미달하는데다 교육 여건이 나은 곳이나 집값이 싼 데로 젊은 층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의 경우 핵심가임여성(20~39세)은 2010년 이후 6년 새 6% 줄었고 노인은 24% 늘었다. 지난 2000년 이후 9년 간 출산율이 1명을 밑돌았다. 8살짜리 딸을 둔 중구 주민 서모(35)씨는 "주변에 학교가 하나밖에 없는데다 학원이 별로 없다. 애가 중고생이 되면 막연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의 노인 추월과 관련,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발·합판 등의 소비재 대체산업이 쇠락하면서 그 때 팽창했던 인구가 노인이 되고 있다"며 "경남 등은 중화학공업으로 변모했으나 부산은 산업 재구조화에 실패해 인구 유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령화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젊은층이 많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출산율까지 줄면서 악순환이 생긴다"며 "도심 재개발이 아니라 재생을 서둘러야 하는데, 구청의 여력이 안 되니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초의수 교수는 "지방에 갑자기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일본에서 지방 재생 대신 지방 창생 정책을 펴듯 한국도 젊은 여성이 출산·육아를 잘 할 수 있게 유연한 일자리 제공 등의 젊은 여성 친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박정렬·백수진 기자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