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강제로 핵무기를 탈취하는 방법이다. 군사적 방법으로 김정은의 핵물질과 핵시설, 핵폭탄과 핵미사일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이다. 대량파괴무기 제거라는 명분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방식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현실은 이라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군사적 수단으로 강제 탈취에 나서려면 적어도 세 가지의 확실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즉 공격 목표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거나, 공격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보복이 없다는 확신이 있거나, 중국이 어떤 경우라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증이 있어야 한다. 셋 중 하나라도 단 1%의 불확실성이 존재한 경우 한반도에서 군사적 옵션은 결심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각오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1994년 북한 영변 폭격을 막판에 철회한 이유다. 북핵 해법으로 군사적 옵션은 여전히 비현실적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안이 없다면 군사적 옵션을 피해서도 안 된다.
김정은의 6차 핵실험 감행으로
레드라인 넘는 건 시간 문제이나
뾰족한 북핵 해법 없어 무기력
장기적으로 북 체제 변화 꾀해야
그러나 이 역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장 김정은은 핵을 팔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비핵화에 동의해야 핵무기 가격 흥정을 벌일 텐데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핵무기를 흥정에 부칠 생각이 없다. 거래를 위해 장이 서야 하는데 장도 서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아무리 강조해도 김정은은 한사코 거부한다. 어렵게 협상이 시작된다 해도 이미 물건 값이 치솟아서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쉽사리 거래가 형성되기 어렵다. 김정은은 비핵화 및 평화체제 병행마저 거부하고 비핵화 말고 평화체제만 먼저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도저히 우리가 살 수 없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셈이다. 협상이 가장 평화적이고 바람직하지만 이제 북핵 상황은 타협과 거래의 길을 지나 버렸다. 협상을 통한 해결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상황 관리용 협상은 여전히 필요하다.
군사적 옵션에 집착해서도 안 되고 제재 만능주의에 빠져서도 안 되며 가능치도 않은 협상에만 순진하게 기대해서도 안 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북핵 해법이 절실하다.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한 남아공의 사례는 백인 정권에서 흑인 정권으로의 교체라는 내부 체제 변화 때문에 가능했다. 전쟁도 제재도 협상도 아니라면 당장은 북핵 상황의 전략적 관리에 치중하면서 북한의 체제 변화를 긴 안목에서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