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번에 추가 수사 의뢰된 외곽팀장들은 사립대 교수, 언론계 종사자, 대기업 간부, 대학생, 미디어 전문가 등 경력이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며 "1차 수사 의뢰 때는 전직 국정원 직원이나 보수단체 인사가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또 언론계 종사자가 지상파(지방 MBC) 기자라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선 “기자라고 적시돼있진 않다”며 “정확한 신원 조회 등 추가 수사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차 수사 의뢰 후 조사 과정서 새로 포착
대기업 간부·대학생·미디어 전문가 포함
방송 출연한 유명 사립대학 교수도
대포폰 사용…'점 조직' 형태로 운영
댓글 활동 실적·파급력 따라 활동비 지급
"검찰 수사 핵심은 '윗선' 밝혀내는 것"
이밖에 지역 MBC에서 활동했던 전직 아나운서(계약직)와 KBS에서 일했던 방송 작가, 롯데그룹 계열사 임원도 서 교수와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활동을 해 수사 의뢰 대상이 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 산하 사이버팀이 운영한 ‘민간인 여론조작팀’ 소속이다. 2009년 5월~2012년 12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국정원 TF가 지난달 21일 수사의뢰한 사이버 외곽팀장 30명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활동을 담당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2차 수사 의뢰된 18명 중 일부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댓글 활동도 겸했던 것으로 알지만 정확한 수는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트위터 여론 조작 활동은 국정원의 치밀한 관리 아래 이뤄졌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은 팀장과 팀원들을 자체적으로 신원조회해 선발했다"며 "외부 노출을 피할 목적으로 대포폰을 사용하며 외곽팀장만 따로 접촉하는 점 조직 형태의 운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보안 수칙도 마련돼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여론조작팀장과 팀원들은 인터넷 활동 내용 등을 절대로 발설하지 못하게 돼있었다"며 "신분이 노출돼 수사를 받게 될 때를 대비해 수사 시 대처 요령 등에 대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했었다는 내용이 국정원 TF의 조사 결과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국정원은 이들의 활동 실적과 파급력 등에 따라 활동비를 지급했다. 활동실적이 부진할 땐 경고 및 퇴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조사돼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수사 의뢰 내용에 따라 검찰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들 민간인 여론조작팀이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활동비가 어디서 지급됐는지, 정치·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활동이었는지 등을 1차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까지 민간인 여론조작팀 관계자 20여명, 국정원 심리전단 팀장과 직원 등을 소환 조사하면서 민간인을 동원한 여론조작의 윤곽을 파헤치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청와대 전 행정관 오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오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진홍 목사가 창립을 주도한 민생경제정책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친인척 등 주변인물 10여명을 동원해 인터넷에 댓글을 달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정권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의 핵심은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활동 지시의 ‘윗선’을 밝혀내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지난달 30일 원 전 원장의 재수감(공직선거법ㆍ국정원법 위반 혐의)을 계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은 많이 앞서 나간 이야기”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