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는 건 죄책감의 감옥에 갇히는 일이다. 하교 때 비가 내리는데 우산을 안 들려 보낸 건 엄마 탓,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데 마스크를 안 씌운 것도 엄마 탓이다. 살충제 계란을 모르고 가족에게 먹인 것도 엄마 탓, 초경을 시작한 딸에게 독성 생리대를 사준 것도 엄마 탓이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가해자는 휴대전화를 빌려주겠다며 아이를 집으로 유괴했다. 피해자의 엄마는 아마 8살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지 않은 죄책감에 시달릴 거다.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을 강간한 경남의 여교사는 휴대전화로 자신의 반나체 사진을 보내고 만나자며 꾀어냈다. 피해자의 엄마는 반대로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지 말았어야 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릴지 모른다. 가해자 여교사 역시 엄마라서 더 비난받는다. 어느 신문은 이 사건을 다루며 굳이 ‘워킹맘 교사’라는 제목을 달았다.
엄마 탓이 아니어도 엄마들은 자책하도록 설계가 돼 있다. 육아에 관한 한 책임이건 비난이건 엄마가 독박을 쓰는 상황이라서다. 아동수당 10만원, 출산수당 1억원 같은 ‘돈’으로 엄마들의 죄책감을 씻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늘어간 나랏빚은 다 내 아이들이 자랐을 때 노인 세대를 부양하느라 몇 배로 갚아야 할 텐데, 그 역시 그런 세상에 아이를 태어나게 한 엄마 탓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 정도나 엄마 탓에서 면책될 것 같다. 그러니 날씨 검색은 무죄다. 엄마라는 직무도 무죄였으면 좋겠다.
이경희 국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