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는 대선 전부터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초청강연을 여는 등 새 정부와의 관계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현재 청와대는 물론 일자리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재계 관련 핵심 부처들과 긴밀한 ‘소통채널’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단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청와대·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해체 위기까지 내몰리는 바람에 그 역할이 법정단체인 상의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재계대표 사실상 '원톱'
박용만 회장, 정부-재계 '주선자' 자처
일각선 "애매모호한 입장만..." 지적도
실제 박 회장은 새 정부와 재계의 만남을 주선하는 중심에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 7월 27~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기업인 간담회다. 박 회장은 기업들과 사전에 일일이 화두를 조율했고 양일 모두 참석하며 재계측 사회자 역할을 맡았다. 앞서 문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구성에도 깊이 관여했으며, 지난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 경영진과의 정책간담회도 다리를 놨다. 역할이 커지면서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인 박 회장은 비상근 무보수 명예직임에도 일주일에 3일 가량을 상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의 이런 행보의 배경엔 “사회 양극화와 부의 편중화가 심화되면 한국경제와 재계도 어려워진다”는 소신이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의 근본 취지와 일자리 창출, 상생 방향에 동감한다는 얘기다. 다만 앞으로는 재계의 입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지난 31일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경제의 근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산적한 경제 현안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법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타이밍’을 아는 사람”이라며 “정권 초반에 무조건 반대를 하면 부작용만 크기 때문에 산업부 등 관계 장관이 다 임명되고 정부 경제 정책 윤곽이 다 드러난 뒤 의견을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상의가 정작 예민한 정책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상의는 법정단체인데다 대·중소기업이 섞여있어 중소기업적합업종이나 최저임금 인상, 공정거래 처벌 강화 등 기업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정부와 발맞추기도 좋지만 합리적인 정책이 시행되도록 제대로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