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의 백혈병 유전자 치료법 '킴리아'의 판매를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킴리아는 기존 30% 미만이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완치 실패 환자들의 생존율을 80%로 끌어올린 새 치료법이다.
FDA의 스콧 고틀립은 "우리는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용해 암을 공격하는 이 기술로 의료 혁신의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중국과 유럽에서 유전자 치료가 승인된 적은 있지만 백혈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법이 승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DA는 ALL을 앓고 있으면서 기존 치료법이 듣지 않거나 치료가 된 후 병이 재발한 25세 이하 환자에 대해 킴리아를 치료제로 승인했다.
체내 세포 꺼내 암 파괴 유전자 심어 재주입하는 '킴리아'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완치 실패 환자에 주효
기존 30% 미만이던 생존률 80%까지 끌어올려
연내 미국 32개 병원에서 사용…5억원 넘는 비용 걸림돌
노바티스가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진과 공동 개발한 유전자 치료법 킴리아는 환자로부터 면역 세포인 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뒤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환자의 면역체계를 치료에 이용하는 '면역치료(immunotherapy)'의 일종이다.
유전자가 변형돼 투입된 T세포는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포착해 파괴하기 때문에 '암 암살자'라고도 불린다. 기존의 화학 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와 달리 한자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지 않고, 한번 주입된 T세포가 오랫동안 체내에 남아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노바티스가 ALL에 걸린 뒤 기존 치료법이 듣지 않았거나 병이 재발한 청소년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이 치료법을 임상 실험한 결과 3개월 안에 환자 83%에서 암세포가 사라지는 효과를 나타냈다. 12개월 뒤에도 전체 생존률이 80%로 높았다. 기존 치료법으로 완치에 실패한 백혈병 환자의 생존률은 통상 30% 미만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술 과정에서 유전자가 변형된 T세포에 환자의 면역 체계가 과잉 반응을 나타내는 부작용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를 요하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돼 고열, 근육통, 저혈압 등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비영리단체 '적절한 약값을 요구하는 환우회'(Patients for Affordable Drugs)의 대표 데이비드 미첼은 "우리가 보기엔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라며 "노바티스 측은 엄청나게 비싼 약값을 조금 깎았다고 해서 자신들이 잘한 것처럼 행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바티스 측은 치료 후 한달 이내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고 의료보험이 없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는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