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정도는 참고 지낼 만한 내성이 생겼는지 자체 일정표에 따라 하나씩 쏴 올리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어떠한 난관이 오더라도 핵과 미사일만큼은 조기에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미사일 완성도를 높여야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판을 키울 수 있다. 대화와 협상을 하더라도 그때 가서 하는 것이 단연 유리하다고 보고 서두는 것 같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
원래 일정표대로 실행하는 것
대화 노력이 허무해지는 환경
동맹 간 한목소리만이 대응책
이제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선보일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우리 정부는 희망적 사고 중심으로 상황을 낙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이면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합의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북핵 레드라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그것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말의 뉘앙스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그때까지는 북한이 다시 도발을 할 수 있다는 빌미를 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쟁의 참화를 막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맹국인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이 발언은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하지 않기 위해 좀 더 유연했어야 했다. 우리는 미국과 유일하게 군사동맹을 맺고 유사시에는 연합작전을 하게 된다. 한·미 연합작전의 의사 결정은 북한 위협에 대한 공동 인식을 기반으로 양국의 국가 및 군사통수기구의 협의를 통해 주요 군사행동을 결정한다.
국가 자위권 차원에서 우리 군 전력만을 운용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하려면 미국의 전략자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레드라인의 선택지에서 한쪽에 족쇄를 채워버리면 회심의 미소를 지을 사람은 김정은이다.
동맹 간에는 자국의 국익 못지않게 상호 간 신뢰가 동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동맹은 위협에 대한 공동인식, 가치의 공유, 흔들림 없는 신뢰가 바탕이다.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도 우리가 주도 역할을 하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운전석 옆 동반자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동맹 간 가치 공유와 확고한 신뢰가 필수적이다. 이에 기반해 한 방향으로 운전하려는 노력이 전쟁을 방지하고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전제조건이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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