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이승우(19)는 밝은 노란색 상의 차림이었다. 노랑은 이날 입단이 확정된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 헬라스 베로나의 상징색이다. 그는 “새 소속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옷 색깔에 담았다”고 했다. 베로나에서 하루빨리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세리에A 가는 한국 축구 유망주
연봉 8억8000만원에 4년 계약
매년 1억3000만원씩 올리기로
맨시티 등 13개국 20여 팀 러브콜
힘들어도 다양한 경험할 곳 선택
첫 시즌 5골·5도움으로 존재 증명
월드컵 본선 무대 밟는 꿈도 키워
베로나는 이적료로 바르셀로나에 150만 유로(20억원)를 지불한다. 베로나가 올 시즌 영입한 선수 중 최고 액수다. 1903년 창단한 베로나의 114년 구단 역사에서도 10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승우를 데려온 이유는 공격력 보강을 위해서다. 주장 겸 주포 잠파올로 파치니(33)를 도울 카드로 알레시오 체르치(30)와 안토니오 카사노(35)를 영입했는데, 카사노가 돌연 은퇴했다. 베로나는 새 시즌 들어 두 경기에서 1골(3실점)에 그치며 1무 1패로 14위에 머물러 있다.
이승우는 “이적을 앞두고 많은 분으로부터 ‘가급적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라’는 조언을 받았다”며 “좀 힘들어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팀을 고르다 보니 베로나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적 협상이 지연된 데 대해서는 “내가 가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구단 뜻 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며 “구단과 구단, 구단과 선수의 마음이 통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적이 지연되면서 ‘불러주는 팀이 없어 이승우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의 루머도 돌았다. 이적 협상 관련 기사에는 악성 댓글도 이어졌다. 이승우는 “댓글은 잘 보지도 않고 마음 쓰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간혹 가족이나 한국의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상처가 될 법한 내용에는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이어 “베로나 이적이 그간의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아직 10대(19세)의 어린 선수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연봉이 어떤 의미냐고. 이승우는 “돈 때문에 축구를 했다면 진작 조건 좋은에 다른 팀으로 옮길 기회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또래 친구들보다 큰 돈을 벌게 됐지만, 내게 연봉은 큰 의미가 없다. 돈이 드는 취미 같은 것도 없다. 그저 부모님께 좋은 집 한 채 사드릴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바르셀로나=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