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호의 이렇게 살면 어때
벌교에 유명한 서대 무침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2시간을 달려가 맛보았다. 아무리 시간이 넘쳐 흘러도 서대 무침만 먹고 돌아오기엔 왕복 4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근처 보성에 아주 재미있게 사는 후배가 있는데, 한 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동행했던 아랫집 목사님이 말한다. 내 표정에서 왕복 4시간 어치 서대 무침 맛은 아니었다는 것을 읽어 내셨나 보다. 그렇게 만났다.
어린 아이처럼 웃던 초은당 주인
지인 집 지어주는 게 취미라는데
풀숲에 숨어 살면 이런 얼굴 될까
“솜씨가 아티스트십니다” 했더니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했 단다. 염색도 했으나 돈이 안 돼 경옥고를 달여 팔아 생계를 꾸리고 지인들의 집을 지어주는 취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웃는 모습이 아이같다. 풀에 숨어 살면 이런 얼굴을 갖게 되는 걸까? 아무 것도 없는, 아이같은 텅 빈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걸까? 풀에 숨어 살아야 이렇듯 맑고 투명한 웃음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걸까?
돌아오는 길 내내 포월침두로 돌아와 다시 혼자가 된 후까지 그 만남의 기억이 오래 갔다. 다 버렸다, 욕심없다, 평온하다, 이렇게 살면 어때…. 친구들에게 자신있게 얘기했던 말에 힘이 좀 빠질 것 같았다. 아직 한참 멀었다, 나는.
부족한 서대 무침의 맛이 맺어준 인연. 다시 방문하면 무쇠솥밥을 해 먹자고 했으니 나는 떡을 사가야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니 대나무를 깎아 만든 포크로 꿀 찍어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