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포구는 평범한 어촌이지만 전국적으로 주목 받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서해에서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포구 좌우에 바다를 품고 있어 같은 자리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충남 서천 마량포구는 1816년 성경책이 가장 먼저 전해진 곳
서천군, 지난해 9월 80억원 들여 4층 규모의 기념관 건립
1611년 발간된 최초 영어 완역판 ‘킹 제임스 성경’ 중 한 권
1816년 영국함장 바실 홀, 마량 첨사(수군대장) 조대복에 전달
홀은 귀국한 뒤 '항해기'에서 “성경을 조선인에게 전해줬다” 기록
성경전래지 기념관장인 이병무 목사는 “성경 역사에서도 가장 의미가 있는 책 가운데 한권”이라고 소개했다.
이곳 4층 다목적실에 가면 해 질 무렵 색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목적실 서쪽으로 난 십자가 모양의 창문이 맞은편 유리창에 반사된다. 이 때문에 다목적실 창문 안 쪽에서 밖을 촬영하면 하늘에 십자가가 떠있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이곳에서 만난 이상주(50)씨는 “기념관은 기독교 신자는 물론 일 관람객도 우리역사를 배울 수 있는 의미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기념관 관람료는 성인기준 1000원이다. 문의는 041-951-1816.
이곳에 성경이 전해진 과정은 다음과 같다. 1816년 9월 4일 오후 3시. 마량포구 앞바다에 영국 함대 소속 배 두 척이 닻을 내렸다. 조선인이 목격한 최초의 이양선(異樣船)이다. 235t짜리 선박인 리라 호가 선두에 섰고, 1101t의 알세스트 호가 뒤를 따랐다. 이 배는 본국으로부터 ‘조선 서해안 일대를 탐사하라’는 훈령을 받고 왔다.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배가 나타나자 조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당시 마량은 성을 쌓고 수군이 진주해 있던 군사기지였다. 수군 부대의 대장 격인 마량첨사 조대복, 비인 현감 이승렬이 판옥선을 타고 닻을 내린 영국 함선으로 향했다.
조대복과 이승렬은 배 위에서 영국함대의 맥스웰, 바실 홀 등 두 선장을 만났다. 바실 홀은 조대복과 이승렬 일행이 조정에 올릴 보고서 작성을 위해 배를 조사하는 데 적극 협조했다. 대포를 직접 쏘아 보게도 했다.
조대복과 이승렬이 선장실에 꽂혀 있던 책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본 바실 홀은 책을 선물했다. 홀이 선물한 책은 조선 땅에 최초로 전해진 성경이었다. 홀은 귀국 뒤 조선항해 경험을 『한국 서해안 항해기』에 남겼다. 그가 남긴 여행기에는 “성경을 조선인에게 전해줬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금 기념관에 있는 성경책이 당시 바실 홀이 준 성경책과 똑 같은 판본이다. 서천군은 2015년 성경전래지기념관을 지으면서 1611년판 킹 제임스 성경 찾기에 나섰다. 이 판본은 초기 300여 권이 발간됐으며 세계적으로 30권 정도가 남아있다. 그 중에 거래되는 것은 5∼6권에 불과했다. 수소문 끝에 미국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 고(古)성경박물관에 이 책이 소장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세계적인 경매사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전문 감정가로부터 1개월에 걸친 감정을 통해 진품임을 확인하고 구입했다. 가격은 3억 원.
성경전래지기념관 인근에는 아펜젤러 순직기념관이 있다. 1885년 언더우드와 함께 한국에 선교사로 온 아펜젤러는 1902년 8월 성경 번역자 회의 참석을 위해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목포로 가다가 어청도 앞에서 배가 침몰해 사망했다. 감리교는 2015년 9월 그를 기리기 위해 어청도에서 가장 가까운 마량포구 언덕에 기념관을 세웠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성경 전래지 등을 서천의 대표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천=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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