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순수한 탐험이었다. 상업적 목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상황이 변했다. 북극이 매년 여름 최고기온을 경신하면서 얼음이 녹는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노르웨이 등의 쇄빙선이 그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선 뒤엔 해마다 수십 척의 상업용 선박이 원유며 천연가스를 실어 날랐다. 수에즈운하를 통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극동아시아에 오는 기존 항로는 2만1000㎞에 이른다. 하지만 북극항로는 1만2700㎞다. 40일에 이르는 항해시간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지난 24일 러시아 선적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인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호가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를 출발해 19일 만에 충남 보령항에 도착했다. 러시아 연안 북극해로 왔다. 이 항로를 이용한 게 국내에서도 처음은 아니다. 2013년 10월 글로비스가 국적선사로는 최초로 스웨덴 배를 빌려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광양항까지 35일 만에 주파한 적이 있다. 지난해에도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호가 같은 경로로 LNG를 운반했다. 하지만 이번엔 쇄빙선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항행했다는 게 다르다. 북극 얼음이 날로 녹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로선 경제적인 수송로가 새로 생기는 게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라는 대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는 날로 더워지고 지구촌 곳곳은 이상기후를 겪고 있다. 북극해의 얼음과 바꿀 미래는 꼭 밝은 걸까.
나현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