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만 해도 KIA의 정규시즌 우승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지난달 말 KIA는 2위 NC와 5.5경기 차, 3위 두산과는 8경기 차로 각각 앞서있었다. 후반기 들어와 두산이 NC를 제쳤지만, 그때까지도 KIA를 따라잡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KIA 4번 타자 최형우도 지난 15일 “(두산이 뒤떨어진) 6경기 차를 쉽게 극복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KIA·두산 1.5 경기차 선두 다툼
한 달 전만 해도 8경기 앞섰던 KIA
선발·불펜 투수진 힘 빠지며 주춤
‘3김’ 등 필승 계투조 구축한 두산
후반기 승률 1위 올리며 따라붙어
이번 주중 광주 2연전이 분수령
‘미리보는 한국시리즈’로 주목
엇갈린 양 팀 행보의 주원인은 선발진이다. KIA는 상반기 중반까지 선발진인 양현종·헥터·팻딘·임기영이 다승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6월부터는 5선발 자리에 들어간 정용운까지 호투했다. 하지만 임기영이 6월 7일 한화전 완봉승 직후 폐렴으로 엔트리에서 빠졌고, 그때부터 위기를 맞았다. 임기영은 한 달 뒤 복귀했지만 네 차례 선발 경기에서 한 번도 6이닝 이상 던지지 못했다. 정용운도 7월 이후엔 1승도 못 챙긴 채 2군으로 내려갔다. 임시 선발 카드도 다 실패했다. 후반기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7.41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불펜의 차이다. KIA는 선두를 질주하는 중에도 ‘뒷문’ 때문에 고심했다. 고정 마무리 대신 임창용·김윤동·심동섭·한승혁이 돌아가며 나왔다. 불안했다. 급기야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지난달 31일 KIA는 넥센에서 지난 시즌 세이브왕 김세현을 영입했다. 그럼에도 후반기 최다인 14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반면 두산은 완벽한 필승 계투조를 구축했는데, 김강률-김승회-김명신의 ‘3김’이 중간을 책임지고, 마무리 이용찬이 경기를 끝낸다. 이용찬은 6월 24일 롯데전 블론세이브 이후로는 세이브 상황에서 100% 승리를 지키고 있다.
위기에 몰리면서 김기태 KIA 감독의 ‘동행 리더십’도 비판받고 있다. 김감독은 시즌 초부터 부진한 선수에게도 꾸준히 기회를 줬다. 그런 믿음 덕분에 김주찬·버나디나 등이 부진에서 탈출해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실수가 잦거나 부진한 선수 기용을 고집하면서 전술 운용이 단조롭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KIA와 두산의 선두 다툼은 이번 주가 절정이다.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두 팀간의 광주 2연전이 분수령이다. ‘미리보는 한국시리즈’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상대전적에서 7승1무5패로 앞선 두산은 2연전을 통해 선두로 올라설 기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두 얘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다”면서도 “비로 취소되는 경기가 생길 경우 선발진을 조정하겠다”며 2연전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선발진 로테이션 상 헥터와 양현종이 2연전에 나올 수 없는 KIA가 믿을 구석이라고는 타선 밖에 없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