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강원도 원산 갈마공항에서 다음달 23일부터 이틀간 국제에어쇼(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2017)를 연다고 밝혔다. 6월 4일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 참석하는 등 에어쇼 준비상황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NHK, 외교소식통 인용해 보도
김정은이 직접 준비 상황 챙기고
6개 국어로 홈피 공들이던 행사
낙후 전력 노출 꺼려 중단 가능성도
북한은 핵실험 등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9월 첫 원산에어쇼를 열었다. 당시엔 미그-21, 미그-29, 수호이-25 등 북한 공군 전투기와 일류신 계열 고려항공 여객기 등 20대 이상의 항공기가 동원됐다. 또 미국 휴스사가 제작해 우리 육군도 보유하고 있는 MD-500 헬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중국 주재 여행사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도 대거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 관람료도 비싸게 책정됐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쇼 관람료는 보통석 1인당 250유로(약 33만원), 호화석 1인당 500유로(약 66만원)였다. 실제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에어쇼를 관람했는지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외국인을 포함해 관중 1만5000명이 참관했다고 당시 북측은 밝혔다.
북한이 올해 에어쇼를 중단한 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수위가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NHK는 “에어쇼 중지 사실을 전달한 외교소식통은 ‘중지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북한 국내 사정에 밝은 또 다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연료 낭비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안보리는 북한산 석탄·철·철광석의 전면 수출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고강도의 새 대북제재결의안(2371호)을 채택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하는 등 강성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른 해석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에어쇼가 낙후한 북한의 항공 전력을 그대로 노출한다는 지적에 따라 중단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렸을 수 있다”며 “혹시라도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상황까지 각오하고 연료를 비축하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