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펜 전문기업 와콤(Wacom)의 노부타카 이데 부사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피에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와콤이 기업 간(B2B) 전자서명 시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 파트너들과 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와콤은 갤노트1에서부터 지난 24일 공개한 갤노트8까지 7년 동안 삼성 갤노트 시리즈에 'S펜' 기술을 독점 제공해 왔다.
'S펜' 기술의 진화는 갤노트 시리즈의 발전과 함께했다. 갤노트1에선 256단계의 필압(펜으로 전달되는 압력)를 인식하고 펜팁(펜촉에 해당하는 부문) 지름 1.6㎜ 굵기의 S펜이 적용됐다. 지원할 수 있는 필기도구도 일반 펜과 연필·붓·형광펜 등 4종에 그쳤다. 그러나 갤노트8에선 4096 단계 필압, 0.7㎜ 지름의 펜팁이 적용된 S펜이 탑재됐다. 지원되는 필기도구 종류도 유화 붓·서예 붓·크레용·마커·에어 브러시 등 총 11개로 늘었다.
전자펜 전문기업 와콤, 삼성과 S펜 기술 개발
"필기 습관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전자서명 사업 구상"
"갤노트8 혁신은 S펜 기술…스피커·마이크 탑재도 연구 중"
"모든 아날로그 펜, 디지털로","몽블랑·후지쯔 등과 컨소시엄"
와콤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채원철 기술전략팀장(전무)는 "S펜은 디스플레이에 터치하지 않아도 펜의 움직임이 인식되고 4096 단계 필압으로 서명 패턴을 인식한다"며 "홍채·지문 인식 기술에 전자서명까지 더해지면 종이 위에 남기는 서명보다 더 정교하게 본인 확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부타카 이데 부사장은 "와콤은 별도 전원 공급 없이 디스플레이가 펜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전자 자기장 공명 기술(EMR·Electro-magnetic resonance)을 개발했다"며 "이는 오직 갤노트 시리즈에서만 활용되는 독점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이번 갤노트8의 S펜에 원격으로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음성인식 마이크나 실감나는 필기감을 구현하기 위해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내장 스피커 등이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이번엔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원철 전무는 "음성인식 마이크나 내장 스피커는 새로운 갤노트 시리즈에 적용할 수 있을지 스터디 중"이라며 "기술이 좀 더 진화하면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와콤의 비전은 세상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펜을 모두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몽블랑·후지쯔 등 전통적인 펜 제조사, 인쇄회사 등과 컨소시엄(DSC·Digital Stationery Consortium)을 구축하고 있다.
노부타카 이데 부사장은 "컨소시엄의 목표는 디지털 펜이 언제 어디서나 활용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S펜은 앞으로도 끝없는 혁신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