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미 남편 살인사건 화제 삼은 MBC
빈소에 몰래카메라까지 들고가 송선미 촬영
방송사의 공적 책임 잊으면 존재 이유 없어
하지만 리얼스토리 눈의 접근은 이러한 고민 자체가 거의 없어 보인다. 둘 사이에 딸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거나, "동맥이 끊어졌는데, 피가 얼마나 나왔겠어"라고 얘기하는 현장 관계자 인터뷰를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하는 등 그저 대중의 관음증적 욕구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시청률을 높이려는 수준 낮은 의도가 읽힐 뿐이다.
'리얼스토리 눈'이 몰래카메라로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1월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지난해 1월 '시흥 아내 살인사건', 지난해 4월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편을 촬영하기 위해 교도소 등에서 몰래카메라 촬영을 활용했다. 이 때문에 이를 촬영했던 외주 제작사의 PD 4명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돼 2명은 각각 벌금 300만원, 2명은 각각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받았다. 당시 한국PD협회는 "교정시설 재소자에 대한 무리한 취재를 지시하고 방조한 MBC 본사의 CP는 정작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MBC 본사가 이러한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취재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였다.
타방송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속보이는 TV 인사이드'도 미성년자인 故 최진실 씨의 딸 최준희 양과 외할머니 사이의 갈등을 방송하려 했다. 방송 직전, 최양이 방영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명해 아직까지 방송되지 못 하고 있다. 이런 장면들은 2012년 종합편성채널이 생겨나 개국하던 초기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종편채널들은 개국 당시 주목을 받고 화제를 끌기 위해 선정적인 내용들을 잇따라 다루며 '누가 더 막 나가나'식 경쟁을 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종편채널은 그런 행태를 답습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개선되는 상황인데, 공영방송과 지상파가 오히려 그 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각종 OTT(Over The Top·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쏟아지고, 볼거리들이 풍부해지면서 지상파 시청률은 잠식당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지상파는 더 절실하게 시청률에 매달리고 그런 잣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정도 또한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공중파 방송상의 공적 책임은 언제나 시청률이나 수익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지상파 방송사의 존립 근거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지상파가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방송 전파는 공공재(公共財)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잊은 것 같아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