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제조업체 경영진이 최근 2분기 실적발표 뒤 한 말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률 ‘2%의 덫’에 걸린 가운데, 지난 6년간 30대 그룹 상장사들의 실적은 줄고 인건비는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공공부문에선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분위기라,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지고 ‘마른수건 짜기’ 경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제 성장률 3년째 '2%의 덫'
매년 기업 매출 1.8%↓, 영업익 3%↓, 인건비 4%↑
한경연 "임금체계 직무,생산성 연계해야"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213만원으로, 일본 도요타(9104만원·852만엔), 독일 폴크스바겐(8040만원·6만2654유로) 등 해외 경쟁기업 평균을 웃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평균 임금 비중도 12.2%로, 도요타(7.8%)·폴크스바겐(9.5%)보다 높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6년 동안 2~3%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8%로 내다보고 있다. 30대 그룹 상장사의 전체 매출은 2014~2016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총 영업이익 역시 2016년 51조5000억원을 기록해 2011년 55조1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5분의1에 해당하는 38개사가 6년 사이 두 번 이상 영업손실을 냈다.
일례로 롯데백화점 등이 속한 롯데쇼핑의 경우 내수 침체로 영업이익이 2011년 1조6630억원에서 1조4670억원(2012년)→1조1880억원(2014년)→8540억원(2015년)으로 뚝뚝 떨어졌다. 롯데쇼핑은 올 2분기에도 내수부진에 ‘사드쇼크’까지 겹치면서 백화점사업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절반 이상 떨어지는 등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민간 기업들은 근속 연수와 직급에 따라 매년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를 줄이고 성과나 직무에 따라 임금을 차별화하는 직무성과급, 성과연봉제 등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생산직의 70%가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에서 지난해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1년 만에 속속 폐지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민간 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래 다닌 사람이 더 받는 게 아니라, 일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더 받는 게 합리적이고 글로벌 경쟁력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면서 “가뜩이나 노조가 센 곳들은 반발이 극심한데 정부까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있어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