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광장에, 서’는 가로 16m가 넘는 초대형 작품이다. 광화문 촛불 시위의 다양한 장면을 108개의 작은 캔버스에 각각 그려 하나로 연결했다. 부조처럼 땅에 그린 듯한 각각의 그림 위에 밝게 채색된 둥근 원이 겹쳐져 촛불의 리듬감까지 담아냈다. 청와대 뒤편 산세를 그리고 그 아래에 각각 흰색과 분홍색을 송이송이 꽃밭처럼 펼쳐놓은 ‘여기, 흰꽃’과 ‘여기, 무릉도원’도 흙으로 그린 그림이다. 흙의 입체적 질감 자체로 산세를 빚은 효과가 한결 돋보인다.
임옥상 개인전 ‘바람 일다’
가로 16m 넘는 초대형 ‘광장에, 서’
그림에 흙·지푸라기·꽃씨 활용
국내외 정치인들 가면도 내걸어
땅이나 흙은 그의 작품에서 낯익은 상징과 소재 중 하나다. 90년대 중반 개인전 ‘일어서는 땅’ 때는 전시장 바닥에서 흙을 펼쳐놓고 관람객에게 맨발로 디뎌보기를 권했다. “다들 맨발로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흙은 거칠죠. 그런 흙의 몸과 나의 몸이 일체가 되어 작업하면서 오는 환희가 있습니다.” 나아가 그는 유교에서 인간의 본성을 이르는 사단칠정 가운데 “사단의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게 흙”이라고 했다. 물론 흙을 쓰는 건 그래서만은 아니다. “굳은 다음에도 물을 뿌리면서 파고 메꾸고 붙이고 이런 작업이 가능하거든요. 조형적으로 광장히 여러가지 속성을 활용할 수 있어요. 땅에 그리는 것처럼 할 수도 있고.” 그는 종이를 적절히 섞어 무게를 줄이고 균열을 막는 방법을 통해 흙을 회화의 주재료로 만들었다.
그는 촛불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 시대에 대해 “예술가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권력은 고삐를 쥐지 않으면 제맘대로 튄다”라며 비판적 태세를 확실히 했다. “연은 연줄이 있어서 높이 나는 겁니다. 사람들이 연줄이 없으면 멀리 갈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라요.” 이번 전시는 9월 17일까지.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