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톱10 중 우투좌타가 최형우(2위)·박용택(3위·LG)·김재환(5위)·서건창(8위·넥센)·이정후(9위) 등 5명이다. 최다안타는 1~5위 전원이 우투좌타다. 1~10위 중 우타자는 이대호(6위·롯데)·김선빈(10위·KIA)뿐이다. 종합지표인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도 톱10 중 7명이 우투좌타다. 이들은 원래 오른손잡이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왼손을 더 잘 쓸 수 있게 됐다.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우투좌타는 대부분 신체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2~3배 더 땀 흘렸다. 그들이 잘하는 건 노력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던질 땐 오른손, 때릴 땐 왼손 사용
타격 10걸 중 5명, 후천적 양손잡이
최다안타 4위 고졸 신인 이정후
아버지 이종범 권유로 왼쪽 타격
“신체적 열세 극복위해 2~3배 노력”
힘 못 쓴다는 통념 깨고 거포 속출
야구에서 왼손 타자가 유리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타격 후 주루에서 두 걸음 정도 오른손 타자보다 이득을 본다. 왼손 타자는 타격 후 몸이 자연스럽게 1루 쪽을 향해 회전하게 된다. 스타트에서도 이점이 있다. 그래서 이종범 위원은 오른손잡이인 아들 이정후를 왼손 타자로 만들었다. 올 초 고등학교(휘문고)를 졸업한 신인 이정후는 데뷔 첫해 프로야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신인답지 않은 정확한 콘택트 능력으로, 타율 0.340(9위), 출루율 0.412(10위), 안타 146개(4위)를 기록 중이다.
이정후는 이미 1993년 아버지의 해태 데뷔 첫 시즌 안타(133개)를 추월했다. 106경기 만인데, 아버지(126경기)보다 20경기나 덜 치르고 기록했다. 신인 최다안타인 94년 LG 서용빈(현 LG 코치)의 157안타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신인왕은 떼논 당상이란 평가다. 이 위원은 “왼손타자의 장점을 잘 알고 있어 아들이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우투좌타를 권했다”고 전했다. 이정후처럼 야구선수의 자녀 중에는 우투좌타가 유독 많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 이성곤(두산), 박철우 두산 코치의 아들 박세혁(두산)도 우투좌타로 야구에 입문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우투좌타를 처음 시도한 선수는 1988~95년 태평양에서 뛴 원원근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우투좌타로 공식 등록한 건 89년 롯데 김상우가 처음이다. 90년대 후반까지도 우투좌타는 희귀했고, ‘별종’ ‘돌연변이’로 불렸다. 2001년 KBO리그의 우투좌타는 12명에 불과했다. 2008년 33명으로 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는 88명이다. 2.7배로 증가했다. 이종범 위원은 “이치로 스즈키(마이애미)나 마쓰이 히데키(은퇴) 등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동양인 우투좌타의 사례를 본 부모나 지도자들이 아이들에게 우투좌타를 많이 권유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한 차례 이상 타석에 선 타자 264명 중 왼손 타자는 107명으로 41%다. 이 가운데 왼손으로 던지고 치는 좌투좌타는 37명에 불과하다. 우투좌타는 70명이나 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