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행사는 지상파를 비롯한 거의 모든 TV채널이 일요일 황금시간대를 할애해 생중계했다. 하지만 온 국민의 기대치와 갈증을 달래기에는 한참 미흡한 수준이었다.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질문은 일자리와 저출산 두 가지에 국한됐다. 한반도가 초유의 전쟁 위기에 휩싸이고, 온 국민의 기본 먹거리인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상황에서 사드 배치나 코리아 패싱 논란, 안전 계란 수급 대책 같은 핵심 현안들은 한마디도 다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답변 역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일자리 늘리는 데 세금을 너무 많이 쓴다는 비판에 대해 청년 인구 감소 추이를 들어 “몇 년 뒤면 일자리 부족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며 그냥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또 저출산 해결책으로 기업의 정규직 고용 의지를 감퇴시킬 수 있는 ‘주 52시간 근무 정착’을 다짐해 논란을 추가했다.
사드·계란 사태 등 현안 빠지고
보여주고 싶은 정책 홍보만 해
간접 민주주의 비판도 논란 우려
앞서 장관과 수석들에게 주어진 질문도 장애인 대책, 해외 실종자 문제 등 지엽적인 행정 사안들에만 집중돼 김이 빠졌다. 조국 민정수석의 얼굴도 보였지만 큰 실책으로 지적돼온 ‘인사 참사’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탈권위적인 소통 행보를 보이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국민이 진정 궁금해하는 현안은 제쳐놓고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정책들만 홍보하는 데 시간을 소진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집권하면 현안마다 수시로 직접 브리핑을 하고 매일 일과를 전부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소통 방식과 내용 면에서 국민의 불안과 궁금증을 풀어주기엔 크게 미흡했다.
“소통이 아닌 일방적 프레젠테이션”이란 야권의 비판을 문 대통령은 경청해야 한다. 이제 보여주기식 연출 대신 있는 그대로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다 보면 공개하고 싶지 않은 현안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피하면 그게 바로 ‘불통’이다. 힘든 현안일수록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게 제대로 된 지도자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