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7월 말 현재 중국 본토 상하이(上海)와 선전(深圳)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총 3314개사 가운데 8.7%에 이르는 규모다. 신문에 따르면 특히 4~7월 사이 197개 기업이 정관을 바꿀 정도로 최근 들어 ‘당의 개입’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본토뿐만 아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국유기업 32곳도 정관을 변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전했다.
정관은 사업분야는 물론 성장전략까지 담고 있는 개별 기업의 근본 규칙이다. 일반 투자자가 대다수 주주인 상장기업에서 공산당이 기업경영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중국에서도 정관 변경은 이사회 승인과 주주총회 등 엄격한 과정을 통과해야만 하는 데도 불구하고 속도와 규모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정관 변경 과정에서 당이 경영판단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가 반영됐다. ‘기업 내 당의 중심적 지위를 인정한다’ ‘사내에 당조직(당위원회)을 설립한다’ ‘중대한 경영 결정사항이 있을 때에는 사전에 사내 당위원회의 의견을 우선 청취한다’ ‘최고경영자(CEO)는 당위원장을 겸직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닛케이는 이 같은 정관 변경의 배경과 관련해 “올 가을 예정된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권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치”로 풀이했다. 당대회를 기점으로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경제권력까지 모두 장악하겠다는 포석이란 것이다.
당·군과 달리 그간 경제계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의 입김이 여전히 강했다. 시 주석이 집권 이후 5년간 부패와의 전쟁을 펼친 것도 기업이권에 깊숙이 개입된 장 전 주석 세력을 염두에 둔 작업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기야 당 지도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상장기업이 많다는 판단 아래 최근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이미 외자 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체와 합작사업을 하고 있는 광저우자동차그룹(GAC)도 최근 정관을 고쳤다. GAC는 새 정관에 “사내 당위원회를 만들어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고, 활동비까지 기업이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외자기업에서도 중국 측 사업자가 공산당에 휘둘려 신규사업 투자나 경영진 임명 등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도로 퍼지는 이유다. 닛케이는 “중국 정부가 국내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수급 상황을 무시하고 수출을 확대해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