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빵집과 식당 등에서는 계란 거래 업체로부터 받은 살충제 검사 결과 증명서를 찍어올리며 불안해 하는 손님들을 안심시키려 애를 썼다. 한 음식점 사장은 SNS에 증명서 사진을 찍어 올리며 "어제는 계란찜 대신 미역국으로 메뉴를 바꿨는데, 다행히 이제는 단골들 눈치 안보고 떳떳하게 음식을 팔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계탕·찜닭 가게 "매출 반토막" 주장
대형 구내식당 "계란 대신 두부와 고기류"
30일 키우는 육계는 살충제 무관 설명에
"찝찝하다" "큰 닭은 모른다" 등 불안감 호소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시작된 ‘달걀 포비아’가 ‘닭 공포증’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6일 찾은 서울 관악구의 한 삼계탕 가게는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직장인 10여 명이 전부였다. 가게를 운영하는 장삼례(66)씨는 “평소 손님의 절반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장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고 닭에 살충제를 뿌렸으면 사람들이 닭도 싫어하겠네 싶어 한숨이 나왔다”며 답답해했다.
정부는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르는 육계의 경우 사육기간이 30일로 짧아 진드기 발생 문제가 없는만큼 살충제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16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육계는 살충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들은 찝찝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부인과 함께 삼계탕 가게를 찾은 이충희(77)씨도 “아내는 찝찝하다고 해 추어탕을 먹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모(32)씨도 “평소 치킨을 즐겨 먹는데 문제 없다고 해도 찝찝하다. 계란도 처음에는 문제 없다고 한 거 아니냐”며“다른 거 먹으면 되지 지금 닭을 굳이 먹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찜닭집을 운영하는 엄모(50)씨는 “계란 파동 때문인지 평소보다 점심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그나마 외국인 손님이 눈에 띄고 한국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근처의 다른 찜닭집 종업원 한모(33)씨도 “10~20% 정도 매출이 줄었다. 손님들이 계란 얘기를 하는 걸 들었는데 닭은 괜찮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네 치킨집들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유탄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창천동에서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3)씨는 “어제 오늘 확실히 닭이 안 팔린 건 틀림없다. 공휴일인 어제도 매출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치킨을 즐겨 먹는다는 직장인 김영민(31)씨는 “닭고기 보다 밀가루 튀김에 계란이 들어가지 않냐. 당분간 먹지 않을 계획이다”고 주장했다.
일부 상인들은 육계가 진짜 안전한지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냈다. 서울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31)씨는 “9호부터 16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닭을 쓰는데 큰 닭들은 얼마나 키웠는지 살충제를 썼는지 모르지 않나. 육계도 얼마나 키웠는지 알아보지 않고는 살충제를 안 썼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년째 계속 닭이 문제가 되고 있다.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영익·최규진·송승환 기자 hanyi@joon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