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팩당 200g씩 소량 포장돼 4팩(1만원)을 사면 남편과 아이까지 세 식구가 이틀간 충분히 식사할 수 있다. 임 씨는 “예전 반찬가게는 장아찌나 젓갈 중심이었는데 요즘은 소시지 부침에 계란말이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해 사 온 것이라 말하지 않으면 다들 모른다”며 “반찬 만들 시간에 남편·아이와 산책을 하거나 TV를 보며 이야기를 나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과자·음료업체부터 대형마트까지 잇달아 진출
레토르트형부터 당일 바로 먹는 신선식까지 다양
가사 노동 부담 줄이고 '나를 위한 투자'하려는 수요 늘어
새벽 배송, 정기 배송뿐 아니라 원하는 시간에 주문한 반찬을 받을 수 있는 배송 시스템도 갖췄다. 윤정호 동원홈푸드 HMR 사업부 부장은 “레토르트처럼 멸균 같은 가공을 거치지 않고 만든 그대로 먹기 때문에 ‘집밥’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간편식”이라고 말했다.
반찬 시장이 커지고 있다. 동네에 어쩌다 한 곳씩 있었던 반찬가게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반찬가게 프랜차이즈만 해도 최근 2~3년 새 10곳이 넘게 생겼다. 한적한 주택가에서 벗어나 역세권이나 버스정류장 인근처럼 주요 상권으로 몰리고 있다. 퇴근길에 손쉽게 반찬을 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종류가 다양해진 것도 인기 이유다. 이전처럼 장아찌나 젓갈처럼 만들기 어려운 반찬이 아니라 구입해서 바로 먹는 간편한 반찬이 많다. 가게가 늘어나면서 저염·유기농 같은 콘셉트를 내세운 반찬가게도 늘었다. 반찬프랜차이즈인 '푸르맘찬'은 무조미료, 저염을 내세웠다. '진이찬방'은 유기농 재료로 만든 반찬을 판매한다.
대기업도 잇달아 반찬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상·롯데푸드 같은 식품업체는 물론이고 농심·오리온·한국야쿠르트 같은 제과·음료업체도 가정간편식(HMR)을 만든다. 한국농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2010년 77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성장했다. 6년새 3배 가까이 시장 규모가 커졌다.
가정간편식은 대개 완제품을 데워서 먹는 레토르트형이다. 1981년 오뚜기가 출시한 ‘3분 카레’가 효시다. 최근엔 국밥, 찌개 같은 일상적인 먹거리부터 피자, 삼계탕, 닭발볶음까지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비비고 가정간편식’ 매출을 50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상 청정원도 무뼈닭발, 매운껍데기, 불막창같은 메뉴를 중심으로 ‘안주야’를 론칭했다.이마트도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 '이지 쿡(easy cook)' 생선을 내놨다. 올 1~4월 매출 전년 대비 160% 매출이 증가했다. 스테이크용 소고기도 식당 1인분 기준인 150g 단위로 판매하는 '얼티밋 스테이크'를 선보였다.
‘맛집’을 찾아가야 먹을 수 있었던 음식도 가정간편식으로 나온다. 숯불구이전문점인 강강술래는 매장에서 파는 부대찌개, 갈비탕 등을 가정간편식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강강술래의 간편식 판매 매출만 연 50억원이 넘는다.
1~2인 가구가 인구의 절반까지 늘어난 데다 혼밥(혼자 먹는 밥)족이 증가하면서 식탁 풍경이 달라진 영향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고 이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욜로(YOLO)족 증가가 이유다. 가사 노동 부담을 줄이고 ‘나를 위한 투자’를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반찬을 사먹는 수요가 늘었다. 최종만 강강술래 대표는 “가족구성원 수가 감소하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반찬을 사먹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수 동원홈푸드 대표는 “가정간편식은 새로울 것이 없는 먹거리 시장의 ‘블루오션’”며 “요리같은 가사 노동 부담을 줄이려는 분위기는 세계적인 트렌드고 식품업체 뿐 아니라 대형마트에 과자·음료업체까지 가정간편식을 성장동력으로 삼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