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이 주말인 12일 “우파여 단합하라(Unite the Right)”는 시위를 계획하고 전날 밤부터 버지니아 주립대 캠퍼스에서 횃불 행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샬러츠빌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군의 거점 도시였다. 최근 이곳 민주당 시의회가 남부연합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를 결정하자, 극우 단체인 큐 클럭스 클랜(KKK) 등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날 전국에서 샬러츠빌로 몰려든 6000여 명의 극우파 시위대는 검은 헬멧을 쓰고 검은 깃발을 들고 “피와 영토(Blood and soil)”라는 구호를 외치며 도심 행진을 벌였다. 그러자 현지 시민·학생들로 이뤄진 반인종주의 시위대가 “나치 쓰레기들은 우리 거리를 떠나라”고 막아서면서 거리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버지니아주서 3명 사망 35명 부상
백인 우월주의 단체, 시위대와 충돌
범인 집엔 “트럼프 집회 간다” 말해
주지사, 비상사태 선포 후 병력 배치
트럼프 “증오·편견·폭력 강력 규탄”
이날 별도로 샬러츠빌 인근에선 버지니아주 경찰 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1명과 주경찰관 1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고 헬기는 시위 안전을 지원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샬러츠빌 외곽 삼림지대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로 최소 15명이 부상당했다.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경찰 및 주 방위군 무장 병력을 도시 전역에 배치하고 백인 우월주의 단체 시위대에 귀가명령을 내렸다. 맥컬리프 주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로 우리는 당신들보다 훨씬 더 강하다”며 “모든 증오·편견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터무니없는 증오와 편견, 폭력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요한 일은 신속히 법 질서를 회복하고 선량한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같은 증오와 폭력은 트럼프 정부, 오바마 정부가 아니라 오랫동안 진행돼온 일로 이제 미국에서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인인 멜라니아도 트위터에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우리 마음에서 증오를 버리고 소통해야 한다”며 “폭력으로부터 어떤 선(善)도 나올 수 없다”고 적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오바마는 유혈 사태 이튿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태어날 때부터 피부색이나 출신, 종교를 이유로 다른 사람을 증오하는 사람은 없다”고 썼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