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0일 “박기영 본부장은 ‘과학기술 부총리제·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박기영 본부장도 정책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나는) 과학기술 혁신체계를 기획하고 과학기술부를 부총리 부서로 격상시키면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며 “나름대로 과학기술 정책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과학기술 중심사회 의제의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서 구체적 안건을 도출한 건 2003년(김태유 초대 보좌관 시절)”이라며 “부총리제·혁신본부 안건이 확정된 건 2004년 3월 열린 정부혁신위원회였다”고 기억했다. “(2004년 1월 취임한) 박기영 당시 보좌관은 9회 말에 뛰어든 ‘마무리 투수’격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술경영경제학회가 2005년 발간한 학술지 ‘기술혁신연구’에 게재된 논문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간한 ‘과학기술 50년사 제2권’은 공통적으로 과학기술부 장관의 위상을 부총리로 격상한 논의가 시작된 시점을 2003년으로 기술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도 벌집 쑤신 분위기다. 한 국책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는 “기여도가 낮은 논문에 이름을 올렸던 박기영 본부장이 이번엔 타인의 공까지 가로채려고 한다”며 분개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과학기술계의 혁신체계를 수립한 공이 있다기 보다는, 과학기술계의 혁신체계 수립을 가로막은 과가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라는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황우석 전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원했다는 주장에 대해 박기영 본부장은 10일 “황우석 전 교수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에게 화살을 돌린 상황이다.
또 다른 과학기술계 관계자도 “학자는 모름지기 자신에게는 가혹할 만큼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해야 하는데, 박기영 본부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288명의 서울대 교수들은 11일 '박기영 교수는 과학기술혁신 본부장직에서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박기영 본부장 사퇴를 요구했다. 고려대 교수의회도 박 본부장 사퇴 촉구 서명 운동에 착수했다. 한국생명윤리학회 등 12개 단체도 11일 문 대통령에게 박 본부장 경질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 8일 9개 시민사회단체가 임명 철회를 촉구한지 3일 만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보여준 박기영 본부장의 리더십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박 본부장은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하는데 기여했다.
이승구 전 과학기술부 차관은 “청와대·국회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리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박기영 본부장은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채용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도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예산을 가져오려면 과학기술계가 모두 결집해야 한다”며 “분열하는 것보다 박기영 본부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11일 정부과천청사 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무실로 정상 근무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