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생물자원을 이용할 때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고, 발생한 이익을 해당국과 나눠야 하는 ‘나고야 의정서’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정부가 지난 8일 시행령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함에 따라 한국은 17일부터 당사국 자격을 지닌다.
나고야 의정서, 한국도 17일부터 당사국 자격
바이러스·DNA도 포함, 제공국과 수익 나눠야
중국 규제 강화…국내 기업 타격 우려
사실 의정서는 생물자원 무단 채취를 막기 위해 생겼다. 한국의 토종 생물자원인 털개회나무도 의정서에 따라 이익을 받을 수 있다. 47년 미국으로 반출된 이 나무는 개량을 거쳐 ‘미스킴라일락’이란 이름으로 상품화됐다. 미국 라일락 매출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고 국내로 수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받는 몫은 한 푼도 없다. 의정서 비준국이 늘어나면서 이런 불합리한 구조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생물자원 보호의 방어막이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해외 로열티 부담이 늘어나는 ‘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국내 136개 제약ㆍ화장품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4.4%가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있다. 또 김ㆍ미역의 15~20%는 일본 품종이고, 파프리카는 100% 네덜란드ㆍ스위스 품종이다. 산업 전체적으로는 해외 생물자원 사용대가로 내는 로열티가 매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익 공유 비율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는데, 사드 보복 차원에서 한국 기업에 최대치인 10%를 내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천연물 신약 제조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 업체들은 전담팀을 꾸려 준비에 나섰지만,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설문조사에선 12개 기업만이 대응책을 마련 중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국내 고유 생물종 숫자를 늘리려는 노력이 병행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에는 10만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한국 고유종은 약 10%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분류학적 정보 및 기준표본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무역연구원 장현숙 연구위원은 “수입 원가 상승은 물론 의정서 이해 부족으로 소송 등 사후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외 원산지 원료의 대체물질을 개발하고, 국내산 생물자원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찾아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