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4년 재임 중 기자회견은 네 차례에 불과했다. 그나마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기자들은 사전에 제출한 질문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해야 했고,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모범답안’을 기계적으로 읽어 내려갔다. 이런 ‘약속 대련’식 회견이 아무런 의미도 감동도 주지 못한 건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어쩌다 난처한 질문을 받으면 “관심이 그런 데만 있으세요?”라고 기자에게 면박을 주기 일쑤였다. 실수로 기자의 전화를 받은 참모에겐 “왜 그리 전화를 열심히 받나”고 호통을 쳤다. 이런 불통에서 박근혜 정권의 궤멸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근혜 시절 뺨치는 철통 보안
문 대통령, 기자회견 자주 하길
청와대 참모진의 언론 불통도 여전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들 대부분이 기자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안경환·조대엽 낙마 같은 ‘인사 참사’가 이어질 당시 기자들은 핵심 관계자인 조국 민정수석과의 간담회를 여러 번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청와대에 따지면 “누구 전화는 받고 누구 전화는 안 받으면 형평 논란이 생길까 봐 안 받는다”는 답이 돌아온다는데, 궁색한 변명이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 기자들은 하루 한 시간가량 수석들 사무실에 들러 현안을 물어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언론은 청와대 내부 사정을 파악해 권력 감시와 견제에 활용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개방형 브리핑’ 도입을 명분으로 청와대 기자들의 사무실 취재를 막으면서 기자들은 춘추관에 갇혀 대변인이 불러주는 내용만 받아쓰는 ‘깜깜이 기자’로 전락했다. 박근혜 청와대의 출입기자들이 최순실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낸 끝에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몰린 것은 이런 취재 환경 탓도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도 이런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따금씩 이뤄지는 공식브리핑과 백브리핑, 그리고 가끔 춘추관에 들르는 참모진과의 간담회가 요즘 청와대 기자들에게 주어진 취재 기회의 전부다. 그나마 간담회는 대부분 비보도를 전제한다. 기자들의 갈증을 풀기엔 어림도 없다. 정말 문재인 정부가 ‘소통’을 하겠다면 적어도 청와대 경내를 하루 30분이라도 출입기자진에 개방해야 한다. 또 대통령이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17일 기자회견을 할 준비에 들어갔다는 설이 들린다. 환영할 일이다. 다만 전임 대통령처럼 질문을 사전에 제출받은 것으로 제한하면 하나마나한 회견이 될 것이다. 기자들에게 질문의 전권을 주라. 그것이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의 참된 자세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