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수능 절대평가 확대 … 문·이과 벽 못 깬 ‘반쪽 개편’

중앙일보

입력 2017.08.11 01:27

수정 2017.08.1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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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절대평가 전환과 문·이과 통합을 핵심으로 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시안을 10일 발표했다. 영어·한국사에만 적용하던 절대평가 방식을 전 과목 또는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택일)으로 확대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이란 새 과목을 수능 필수로 지정한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문·이과 통합에 실효성이 크지 않고 사교육 억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쪽짜리’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개편 시안에 고1 때 배우는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각기 신설되며 수능에서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통합과학’을 한 과목으로 해서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두 과목이 신설된 대신 문·이과에 따라 각각 사회·과학 2개를 골라 치르던 선택과목은 1개씩으로 줄였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문·이과생을 구분하지 않고 융·복합 시대에 대처할 인재를 키운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영어·한국사에만 적용되는 절대평가 방식을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택일)까지 4과목으로 확대한다. 다만 수능 7과목 중 나머지 3과목인 국어·수학·탐구의 절대평가 적용 여부는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통해 31일 결정키로 했다. 4과목 절대평가가 1안, 전 과목 확대가 2안이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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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교육계 안팎에서는 1안을 채택할 가능성을 점친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절대평가 전면 도입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단계적 도입이 낫겠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1안은 절대평가 영어·한국사에
통합사회·과학 등 총 4과목으로
2안은 7과목 전부 절대평가 확대

통합사회·과학은 모든 수험생 필수
수학 문·이과 구분 여전 “학생 부담”
국어·수학 사교육 더 과열 가능성

‘EBS 70% 연계’ 출제도 손질키로
공청회 거쳐 31일 최종안 확정 발표

앞서 지난 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91점과 100점이 똑같이 1등급인데, 91점은 합격이고 100점은 불합격이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절대평가를 급히 확대하면 학생·학부모와 대학이 수용하고 승복하기 어렵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절대평가 전면 전환을 촉구해 온 교육단체들은 1안이 채택돼 국어·수학·탐구가 상대평가로 유지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국어·수학을 상대평가로 유지한다는 건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 1호인 절대평가 전환을 스스로 폐기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이미 1안을 결정해 놓고 공청회 등을 통해 명분을 쌓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어·수학·탐구만 상대평가로 남을 경우 수능 위주의 정시 모집에선 사실상 이 세 과목이 대입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이들 과목 관련 사교육이 과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교육계에선 이번 개편 시안이 당초 취지인 문·이과 통합의 취지를 살리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사정관팀장은 “적어도 고1 때는 사회·과학을 함께 배우도록 해 융·복합이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이것만으론 고교 교육에 뿌리 깊은 문·이과 장벽을 깰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학을 현행 수능과 동일하게 가형(이과), 나형(문과)으로 구분해 치르는 것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서울의 한 사립고 진학 담당 교사는 “지금도 고교생은 수학 가형과 나형 선택에 따라 문과반·이과반으로 나뉜다”며 “수학이 분리된 상태에서 문·이과 통합교육을 실현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학습 부담이 줄기는커녕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수능에서 수험생은 대개 국어·수학·영어·한국사 등 네 과목을 공통으로 치르는데 앞으로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공통과목에 추가되기 때문이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내년부터 가르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고1 때 매주 4시간씩 배운다”며 “국·영·수와 수업 비중(시수)이 같은 과목이 2개나 늘어 현행 수능보다 학업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수능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던 제2외국어·한문도 그대로 유지된다. 또 교사들로부터 “공교육을 황폐화시킨다”고 비판받아 온 ‘수능 EBS 70% 연계’ 정책은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이날 ‘EBS 연계’를 축소·폐지하는 1안, 연계하되 방식을 개선하는 2안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31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