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고교 야구 대회인 ‘고시엔(甲子園)’에서 이름을 따 ‘만화 고시엔’으로도 불린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한국 고교생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전남 무안의 전남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전남예고 팀 ‘만화 고시엔’서 우승
307개 팀 참가한 고교 만화 선수권
촛불집회 한국인들 모습 그려 호평
심사위원 “일 만화에 새 바람 가져와”
학생들 “일본 뛰어넘는 만화가 될 것”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열린 본선에 참가했다. 남양은 “전남예술고는 2015년 주최 측 배려로 정식 참가팀이 아닌, 초청팀 자격으로 출전한 뒤 특별상을 수상한 적 있다”며 “지난해에도 출전했지만 아쉽게 수상을 놓쳐 모두 열의가 넘쳤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즐기며 자란 일본 학생들과 경쟁하게 됐지만 학생들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에서 외국 학생으로서 개성과 실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여겼다. 이번 대회에는 예선 기준 모두 307개 팀이 참가했다. 올해 대회에서 처음으로 외국팀에게도 본선 출전 기회가 주어졌는데, 본선진출 33개 팀 가운데 외국팀은 한국과 대만·싱가포르 각 1팀씩이었다.
6일 치러진 2라운드에서 추첨된 주제는 다소 엉뚱했다. 숫자 ‘123’이었다. 학생들은 세 쌍둥이 아들의 얼굴이 너무 똑같아 혼란스러운 어머니를 위해 미용사가 재치있게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각각 ‘1’ ‘2’ ‘3’ 모양으로 잘라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만든다는 내용으로 그림을 그렸다. 남양은 “1라운드와 달리 의미보다는 재미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마키노 게이이치 심사위원장은 시상식에서 “한국의 작품은 상징적이었다”며 “26번째 만화 고시엔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알기 쉬우면서도 임팩트가 있는, 이것이야말로 만화의 힘”이라고 칭찬했다.
전남예술고 팀은 상장과 우승상금 30만엔(약 312만원)을 받았다. 남양은 “만화강국인 일본 학생들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친구·후배들 모두 만화가·애니매이터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서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무안=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