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개가 물었어"…반려견 때문에 다투다 살인미수 혐의받은 남성 '무죄' 판결

중앙일보

입력 2017.08.09 22:26

수정 2017.08.0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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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개에게 다리를 물렸다며 이웃주민을 아파트 15층에서 밀어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병철)는 9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46)씨에 대해 배심원단의 의견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8일부터 이틀간 증인신문과 증거조사 등을 진행했다. 

배심원 8:1로 무죄 의견…법원 "살해 의도 증명 안돼"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의 같은 층에 살던 박씨와 A(59·여)씨는 지난해 A씨의 애완견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 박씨가 “당신의 강아지에게 정강이를 물렸다”고 주장하면서 두 사람은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얼굴을 붉혔다.
 
지난 4월 아파트 복도에서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였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사과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A씨를 양 팔로 들어올려 아파트 복도 난간 밖으로 떨어뜨리려 했다. A씨가 발버둥쳐 위험에서 벗어나자 다시 들어올리려던 중 한 이웃이 목격해 제지됐다.
 

해당 사진은 이 사건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재판에서 박씨는 “살해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개가 시끄럽게 굴어서 혼내주러 간 것이다”며 “개가 A씨 뒤에 있어서 개쪽으로 가다가 A씨와 어깨가 닿아 넘어졌고, 이후 일으켜 세우려고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씨의 전 직장 동료는 “박씨가 25㎏정도의 박스를 싣는 일을 하다가 힘이 약해 일을 그만뒀다”고 증언했다. 박씨의 변호인은 “25㎏짜리 물건도 쉽게 들지 못하는 피고인이 어떻게 45kg 되는 피해자를 들어 던지려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두 집을 오가며 양쪽 이야기를 들었던 사회복지사는 “A씨는 경찰이 알 정도로 다툼과 민원이 많은 사람”이라며 A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배심원 9명 중 8명은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에 나온 피해자와 목격자, 경찰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씨가 살해 의사를 갖고 복도 난간쪽으로 A씨를 끌어올렸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