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유출이나 가정폭력 등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결정이 처음으로 내려졌다. 1968년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번호가 처음 부여된 이후 이런 사유로 변경이 허용되기는 50년 만에 처음이다.
행정안전부 결정…1968년 주민번호 부여 이후 처음
16건 신청자 가운데 피해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성 큰 9건 인용
보이스피싱, 명의도용, 가정폭력 피해자들에 변경 허용
피해 사례 가운데 B 씨는 21년간 사실혼 관계의 남편에게서 상습 폭행을 당해 딸과 함께 숨어 지냈다. 하지만 남편이 계속 추적해 오며 괴롭히자 변경 신청을 했다. 이와 함께 C씨는 휴대폰을 대신 개통해 주겠다는 학원 교사에게 주민등록번호 등을 알려줬다. 이 학원 교사는 C 씨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활용해 불법대출을 하고 휴대폰을 개통한 뒤 잠적했다. 이 때문에 C 씨는 1000여만 원의 피해를 봤다. C 씨는 정부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을 해서 이번에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위원회는 구체적 피해 사례가 없고 막연히 피해를 우려해서 변경을 신청한 7건은 기각결정을 내렸다.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심사지원과 구상 과장은 “피해 사례가 구체적이고 계속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는 최대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인용 결정을 내린 신청인의 거주 지자체에 결정 사실을 알릴 예정이다. 해당 지자체는 이를 통보받는 대로 기존 주민등록번호에서 생년월일과 성별 표시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수정해 새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다. 주민등록번호가 바뀌면 복지, 세금, 건강보험 등과 관련된 행정기관에 자동으로 통보된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5월 30일부터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를 시행해왔다. 이후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생명·신체·재산의 피해를 봤거나 피해 우려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을 받아왔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가족관계등록사항의 변동(출생 일자·성별 등)이나 번호 오류가 있을 경우에 한해 주민등록번호 정정이 가능했다. 변동이나 오류로 인해 주민등록번호가 정정된 경우는 2014년 9361건, 2015년 8782건에 달한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