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와의 전쟁] 변화③ 모든 질환서 '진료비 폭탄'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7.08.09 15:12

수정 2017.08.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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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국립병원을 찾은 저소득층 환자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나서고 있다. 저소득층이 느끼는 의료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중앙포토]

 의료비 부담은 상대적이다. 같은 병에 걸려도 가구 소득에 따라 피부로 느끼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소득과 재산이 적은 가구는 잠시 입원해도 가계가 휘청인다. 하물며 암 같은 중증질환은 더하다. 수천만 원 이상 비급여 의료비가 들어가면서 빚을 지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의료비로 연간 500만원 이상 지출하는 국민도 46만명에 달한다. 항암 신약 등 건강보험 테두리 밖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료비 폭탄'에 따른 가계 파탄은 정부가 보장성 강화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우선 의료 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입원·외래 진료 등으로 발생한 의료비가 연 소득의 10~40%를 넘으면 본인 부담의 50~60%(연 최고 2000만원)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중증질환 비급여 의료비로 가계 파탄 늘어
재난적 의료비, 모든 질환으로 지원 대상 확대
소득 기준 조금 넘어도 개별 심사로 구제 가능

진료비 본인 부담 상한제, 저소득층 중심 개선
소득 하위 10% 연 최대 120만원→내년 80만원

  당초 올해까지만 시한부로 시행되는 제도였다. 내년부터는 아예 제도화하기로 했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도 대폭 늘어난다. 지금은 암·심장·뇌·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만 해당한다. 내년부터는 질환에 상관없이 소득 하위 50% 가구는 모두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소득 기준 등이 다소 초과하더라도 꼭 도움이 필요한 경우엔 개별 심사를 통해 구제해주는 방안도 추가됐다. 지원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도록 각 기관의 협력 시스템도 강화된다. 위기 상황에 놓인 환자에겐 다양한 의료비 지원 사업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공공·대형 병원에 사회복지팀을 설치할 예정이다. 병원에서 퇴원할 때도 지역 사회의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주게 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와 함께 건보가 적용되는 진료비의 부담도 낮아진다. 현재 정부는 '본인 부담 상한제'라는 이름으로 가구 소득에 따라 1년치 건보 적용 진료비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 올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10%)는 연 최대 122만원만 내면 되지만, 10분위(상위 10%)는 514만원까지 본인 부담이다.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지난 2014년 소득 구간을 7단계로 세분화하고 저소득층의 상한액을 낮췄지만 이들이 느끼는 부담은 여전하다. 실제로 극빈층인 1분위의 상한액(122만원)은 연 소득 대비 19.8%에 달한다. 100원을 벌면 20원이 고스란히 건보 진료비로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초고소득자인 10분위 상한액(514만원)은 연 소득의 7.2%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비급여와의 전쟁 어떻게 될까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안으로 소득 하위 50%의 건보 진료비 상한액이 내려간다. 1분위는 120만원→80만원, 2~3분위는 150만원→100만원, 4~5분위는 200만원→150만원으로 변경된다. 연 소득 대비 10% 수준에 맞춘 액수다. 상위 50%의 상한액은 지금과 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될 경우 5년간(2018~2022년) 335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사회적 입원' 등 과도한 의료 이용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요양병원 장기 입원자에 대해선 별도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