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뮤지컬 ‘데스노트’의 쇼케이스 중계로 시작된 네이버의 공연 생중계 프로그램이 프레스콜ㆍ쇼케이스 등 ‘맛보기’ 수준을 넘어 전막 중계로 확대되고 있다. 9일에는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김풍 원작의 창작뮤지컬 ‘찌질의 역사’가, 11일에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되는 국립발레단의 ‘KNB 무브먼트 시리즈3’가 생중계된다. 오는 26일엔 국립오페라단의 야외 공연 ‘동백 아가씨’도 전막 생중계할 예정이다. 연극 ‘샌드백’은 다시보기 서비스까지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공연예술팀 함성민 부장은 “오프라인 공연 기간 이후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는 방안을 놓고 제작사와 저작권 문제 등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극ㆍ뮤지컬 등 공연 콘텐트 제작사들에게 무료 온라인 생중계는 작품을 알릴 새로운 홍보ㆍ마케팅 도구로 활용된다. 영국 국립극장의 ‘NT 라이브’,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메트:라이브 인 HD’ 등 해외의 공연 영상화 사업들이 문화 소비의 지역 불균형 현상 해소 차원에서 진행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찌질의 역사’ 홍보를 맡고 있는 로네뜨 원유라 대리는 “스타 캐스팅을 하지 않은 공연은 TV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홍보하기 힘들다. 솔직히 대학로 공연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전막 생중계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거둔 사례도 여럿이다. 올해 초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를 한 창작뮤지컬 ‘레드북’은 중계 이후 객석점유율이 80% 이상 상승했고,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중계를 마친 뒤 티켓이 전 회차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공연 생중계 확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공연 중계가 새로운 관객 확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공연 장면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관객과 배우의 호흡, 관객끼리의 교감 등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대 예술의 본질을 잊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특히 다시보기 서비스는 무대 예술의 자살 행위”라며 “매 공연마다 달라지는 현장 예술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