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는 반대 의원들이 떠난 후 15분이 지나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속 설득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7차례 반복했다.
-의원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나.
“최대한 설득했다. 앞으로도 설득하겠다.”
-의원들은 반대 입장이 확고하던데 고민할 여지가 없나.
“계속 설득하겠다.”
-출마하지 말라는 건 정계은퇴와 같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당 상황이 비상상황이다. 예를 들면 집에 불이 났다. 불을 끄는데 제가 동참해야 하지 않겠냐. 가만히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이날 안 전 대표와 의원들은 1시간 동안 회동했다. 의원들은 “안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이미 꺼진 불처럼 돼 있다. 본인이 미련을 갖고 자꾸 그러면 본인만 죽는게 아니라 우리 당도 죽고 우리 모두도 죽인다”며 출마포기를 권유했다. 특히 일부 의원은 “안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 재능이 없다”는 말로 사실상 정계은퇴까지 압박했다고 한다.
이 같은 대치로 당내 갈등도 계속되게 됐다. 이상돈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Bull Shit(헛소리를 뜻하는 비속어)”이라며 “안 전 대표는 깨끗한 정치의 상징이라든가 겸손함 등은 다 없어졌고, 터무니없는 나르시시즘(자기애)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권주자인 천정배 의원도 “몰상식한 행위를 하는 당 대표 가진 정당에 국민이 어떻게 표를 주겠느냐”며 “안 전 대표 본인에게도 미래가 없고 우리 당은 소멸할지 모른다”고 했다.
현재로선 그러나 분당이나 탈당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할 경우 ^신당 창당 ^더불어민주당 복당 ^무소속 유지 등이 선택지로 꼽힌다. 민주당 복당은 민주당 내에서도 수용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해당 지역마다 지역위원장이 있는데다 임기 초 정계개편 움직임은 부담된다”고 말했다. 민주당(120석)으로선 탈당파를 받아들이더라도 과반 정당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신당 창당도 원내 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만들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의원 등의 막판 단일화나, 결선투표를 통해 반안(反安) 연대 등의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이날 국민의당은 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상돈 의원은 “집단 탈당이나 분당이 없더라도 의원들이 안 전 대표를 대표로 대접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