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는 7일 대법원장과 서울고등법원장, 검찰총장에 보낸 선처요청서에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공동체 모두의 아픔이자 우리의 민낯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며 “스승으로서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아파한 것에 대하여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소통과 통합’ 그리고 ‘화해와 미래’의 측면에서 선처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상곤 부총리, 대법·대검에 시국선언 교사 선처요청
21일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2심 판결 앞두고 발송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교사도 대상 포함
김상곤 "교육자적 양심과 소신에 근거한 행동, 선처해야"
교육부, 앞서 국가공무원법 66조를 위반했다며 고발
노무현 정부 때도 집단행동 교사 2286명 징계·행정처분
전문가들 "정권 바뀌었다고 법 해석도 달라지나"
교육부 내에서도 "우리도 사실 납득 안된다" 곤혹
김 부총리는 지난 6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거부했을 때도 “교육감 판단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용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희생된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인데, 갈등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284명, 2015년 한국사 국정교과서 시국선언 교사 8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중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 33명이 기소됐고, 이중 32명은 2016년 1월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이달 21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창익 교육부 교원복지연수과장은 "더 이상 갈등이 아니라 화합을 위해 나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정부의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건 정책의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며 “앞으로 교육부의 정책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시국선언 반대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국선언 및 서명운동 주도·발표 등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66조는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도 교원평가제 반대 연가투쟁을 벌인 교사 2286명에 대해 전원 징계·행정처분을 내렸다. 해당 교사들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지만 2008년 서울행정법원은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도 2014년 “정치활동을 허용하면 학생 피교육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며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현행법에는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어긴 교사들에 대해 선처를 요청하는 것은 (시국선언 교사들이) 헌법 위에 있길 바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칙 없이 혼란만 부추기는 교육부에 아이들을 맡기기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불과 1년 만에 원칙이 뒤바뀌는 것을 우리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봐도 모순이긴 한데 정책 방향이 그렇게 정해지고 나니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의 정책과 입장은 과거 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생명”이라며 “이번 선처 요청으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교실 밖으로 뛰쳐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