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틸러슨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조속 협상 합의

중앙일보

입력 2017.08.07 02:29

수정 2017.08.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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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지역안보포럼 참석을 위해 필리핀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6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왕 부장은 사드에 대해 “개선되는 양자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에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데뷔전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완전 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왕 부장이 “개선되고 있는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어 유감스럽다”고 치고 나오자, 강 장관도 “방어적 결단”이라고 받아쳤다.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은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과거 잘못된 행동을 바꾸려는 의사를 보여주고, 중국 측의 정당한 관심 사항을 배려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한국 정부가 서둘러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어쩔 수 없이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찬물’ ‘유감’ 등의 발언을 했다.

한·미 외교, 대북억지력 강화키로
사거리 800㎞ 미사일 탄두 중량
1t 이상으로 2배 늘리는 방안 추진
틸러슨 “사드 추가배치는 중대 조치”

왕 부장의 발언을 들은 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추가적 미사일 도발로 인해 위협이 상당히 고조된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의 우려와 걱정이 심화된 가운데 대통령께서 방어적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응수했다. 회담은 두 장관이 머물고 있는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회담 시작에 앞서 강 장관과 왕 부장은 태극기와 오성홍기 앞에 서서 악수를 나눴다. 왕 부장은 굳은 표정이었고, 강 장관도 옅은 미소만 띤 담담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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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앞머리에서도 왕 부장이 모두발언을 할 때 강 장관은 무표정하게 경청했다. 왕 부장 역시 웃음기가 전혀 없는 얼굴로 강 장관의 발언을 들었다.
 
55분 동안의 회담 뒤 두 장관은 각기 자국 기자단에게 내용을 알렸다. 강 장관은 “중국은 사드에 대한 기본적 입장을 반복했고, 우리는 북한의 고도화하는 도발 상황에서 임시로 사드 발사대 4기를 배치하게 된 배경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사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강 장관에게 제기했다”며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담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한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회담에 배석한 당국자는 “이에 강 장관은 ICBM급 발사는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이 보다 현실화되고 구체화됐다는 점, 사드는 MD 편입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왕 부장과 회담 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관련, 틸러슨 장관은 기자들에게 “매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고, 강 장관은 “도출 과정에서 우리와 완전한 협의를 한 데 대해 (미국 측에) 감사하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은 결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implement’(준수하다)보다는 ‘enforce’(집행하다)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양측이 동의했고, 틸러슨 장관은 ‘한·미·일 공조가 견고할 때 중·러도 오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도 조기에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미사일 지침 개정을 통해 사거리 800㎞의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 최대 중량을 현재의 두 배인 1t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미는 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정례화를 위한 실무 협의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틸러슨 장관은 정부가 지난달 28일 북한의 ICBM급 도발 이후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임시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마닐라=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