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타선은 1회부터 경남고 마운드를 흔들었다. 경남고 에이스 서준원(17)을 상대로 서울고는 1회에만 5안타(2볼넷)로 5점을 냈다. 2회에도 서준원을 두들겨 2점을 추가, 초반에 승부를 갈랐다. 5회와 7회에도 3점씩을 낸 서울고는 경남고 추격을 막고 13-9로 이겼다.
결승전서 경남고 13대 9로 꺾어
타율 0.476, 유일한 150㎞ 강속구
‘한국의 오타니’ 별명 강백호 MVP
6번째 결승 오른 경남고 또 준우승
강백호는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4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유 감독은 에이스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내세웠다. 경기 전 유 감독은 “(강)백호는 책임감이 강하고, 목표가 뚜렷한 선수”라며 “7월부터 대회가 이어졌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언제나 제몫을 다 해줬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만화 속 주인공 같다. 이름도 1990년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강백호)과 똑같다. 만화 속 강백호는 실력이 떨어지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현실 속 강백호는 실력과 승부욕을 모두 갖춘 ‘야구 천재’다. 강백호는 1학년 때부터 포수·1루수·투수를 두루 봤다. 3학년이 된 올해는 주로 포수로 뛰다 경기 막판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야구 팬들은 강백호를 일본 프로야구의 ‘이도류(二刀類·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선수)’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와 비교한다. 강백호도 오타니처럼 투수로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린다. 슬라이더 스피드도 시속 140㎞에 이른다. 이날 결승전에서 강백호는 최고 시속 152㎞(방송사 스피드건 155㎞)의 강속구를 던졌다. 올해 대통령배에서 시속 150㎞가 넘는 공을 던진 건 강백호가 유일하다.
1m81㎝·95㎏의 단단한 체격을 갖춘 강백호는 타석에서도 강한 타구를 뿜어낸다. 이번 대회에서 홈런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안타 10개 중 5개가 2루타일 만큼 장타력이 뛰어나다. 고교 3년 동안 10개의 홈런을 때렸다. 다음달 열리는 프로야구 2차 신인 지명회의에서 상위지명이 유력한 강백호는 “고교 대회에서 첫 우승을 해 너무 행복하다”며 “프로에 가면 내가 등장할 때마다 경기장을 술렁거리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프로에 가서도 오타니처럼 투타를 겸하는 선수로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남고는 여섯 번째 대통령배 준우승(1973·84·86·92·98·2017년)을 기록했다. 고(故) 최동원, 이대호(롯데) 등을 배출한 경남고는 주요 전국대회에서 17번이나 우승했지만 대통령배에서는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투수력이 뛰어난 경남고는결승까지 5경기에서 62점(경기당 12.4점)이나 뽑은 서울고의 화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