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표는“29년 가운데 15년 이상을 급변하는 시장에서 수익 모델을 찾는 일을 해왔다”며 “이사회가 나를 대표로 앉힌 건 쏘카가 돈을 벌 때가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생 구원투수로 살아왔고, 쏘카 역시 구원 등판했다는 얘기다. 국내 최대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는 최근 누적 예약 1000만 건, 회원 290만 명을 돌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경력은 화려하지만 정보기술(IT)이나 스타트업계와는 관련이 없었다.
“모든 산업의 본질은 같다. 내 일은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로레알에 있을 땐 고가 중심의 화장품 시장에서 중저가 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했다. 피자헛에선 배달 중심으로 변한 시장에서 다시 1등으로 올려놓는 과제를 맡았다. 또 갤러리현대에선 내수 한계를 넘어 매출 절반을 해외에서 올리는 회사로 바꿨다. 쏘카에서 맡은 일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 쏘카의 과제는 뭔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미 인프라는 완성됐다. 기술은 안정화됐고 차량도 충분히 확보했다. 마케팅을 통해 이용자를 늘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익을 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 내년, 내후년 쯤 흑자를 내는 것이 목표다.”
- 새 수요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까.
“이미 쏘카 이용객이 바뀌고 있다. 설립 초기엔 대부분의 고객이 20대였다. 지금은 고객의 43%가 30대 이상이다. 최근엔 쏘카존을 직접 찾지 않고, 원하는 위치에서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는 ‘부름’ 서비스도 출시했다. 발렛 서비스와 차량 공유 서비스가 결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30대 이상의 고객에 특히 어필할 거라 기대한다.”
-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층이 두텁지 않아서인가.
“생각보다 사고율이 높은 것도 큰 이유다. 전체 고객의 50% 이상이 21~29세다. 자차 운전자에 비해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사고율이 높다. 하반기에 업계 최초로 차량 400대에 지능형운전보조장치(ADAS)를 도입할 계획이다. 차선 이탈 경고음이나 급제동 같은 장치로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사고를 줄이면 수익과 고객 안전이 함께 개선될 것이다.”
- 한국은 대중교통이 굉장히 발달했는데, 차량 공유 서비스에 적합하지 않은 것 아닌가.
“오히려 반대다. 대중교통이 나쁜 도시는 자차 보유율이 높다. 빌릴 필요가 없다. 첫 해외 진출지로 대중교통이 발달한 콸라룸푸르를 정한 것도 그래서다.”
-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니 기존 회사들과 어떻게 다른가.
“처음엔 문화가 너무 수평적이어서 많이 당황했다. 이전 회사에선 비서와 운전기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내 방도 없다. 직원들 틈에서 똑같은 크기의 책상에 앉는다. 첫날 출근하니 인사팀에서 노트북을 주며 어떤 프로그램을 깔면 되는지 알려주더라. 처음 써보는 운영체제에 혼자서 업무용 메신저 앱과 내부 인사시스템을 깔았다.”
- 왜 도움을 청하지 않았나.
“빨리 이 문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도움을 청하기보다 혼자 따라잡고 싶었다. 처음 한달은 어색했으나 지금은 너무 편하다. 옷도 아무 거나 입을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이런 문화 덕에 쏘카의 경쟁력이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 어떤 경쟁력인가.
“엄청나게 빠르다. 6월에 출시한 ‘부름’ 서비스는 베타 서비스를 새롭게 포장해서 출시하는 데 2주일 정도 걸렸다. 대기업이라면 시장 분석하고 조직 만들고 하느라 서비스 내놓기까지 적어도 반년은 걸렸을 거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결정을 우리는 모여서 하지도 않는다. 슬랙에서 ‘이렇게 해볼까’ 하면 순식간에 새 기능이 추가된다.”
- 반대로 스타트업이 대기업에서 배울 점도 많은 것 아닌가.
“맞다. 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이 더 고도화돼야 한다. 데이터를 보고 분석한 뒤 경영이나 투자에 반영하는 습관은 더 키워야 한다.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런 구조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
- 카셰어링이라고 하지만 개인 차량 공유가 아닌 회사 차량을 빌려주는, 사실상 렌터카 사업이다. 한계는 없을까.
“개인 소유의 차를 공유할 수 없다는 국내 규제 때문에 당분간 이 모델로 갈 수 밖에 없다. 차를 사지 않고 공유하는 모델은 미래엔 확산할 수 밖에 없다. 차 한대 유지하는 데 일년에 평균 300만~400만원이 든다. 평소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필요할 때만 차를 빌려 쓰는 문화가 곧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