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의 에코 파일] 남획 Overfishing

중앙일보

입력 2017.08.05 01:00

수정 2017.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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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획  Overfishing

지난해 10월 해경이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하기 위해 선체로 힘겹게 진입하고 있다. [사진 인천해양경비안전서]

물고기 등 야생 동물이 번식하는 속도보다 더 많은 양을 사람들이 잡아들이는 바람에 남아있는 동물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바다가 넓지만, 특정 해역에서 특정 바닷물고기를 마구 잡아들이는 경우에 물고기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결국 더는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물고기가 줄어들면 결국 그 피해는 어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어청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허가없이 불법조업을 하다 해경에 나포된 중국 어선에 수산물들이 쌓여있다. [사진 해경]

한반도 연안에서 잡히는 물고기가 급격히 줄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2015년보다 13.4% 줄어든 91만6000t이었다.
2015년 4만 마리 넘게 잡혔던 전갱이는 지난해엔 절반도 못 잡았다. 참조기 역시 1년 만에 40% 이상 어획량이 줄었다.

번식 속도보다 더 많이 잡아들여
바닷물고기 씨 말리는 어업 성행

트롤어업으로 어족자원 고갈
집어장치로 큰 물고기 싹쓸이

버려진 어구에 물고기 갇히는
'유령어업'도 생태계 훼손 한몫

유럽도 마찬가지다.
2011년 유럽연합(EU)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획 등으로 바닷물고기가 감소하면서 EU 회원국의 어획량은 1995년 807만t에서 2010년 494만t으로 줄었다.
지중해의 대표 어종이었던 흑다랑어 어획량은 지난 30년간 80%가 감소했다. 2012년 북해(North Sea)에서는 다 자란 대구가 100마리도 채 안 된다는 보고도 나왔다. 대구가 멸종위기종이 된 셈이다.
2011년 한 해 북동 대서양에서 잡힌 전갱이는 모두 93만t. 과학자들은 연간 어획량이 54만t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3년 2월 유럽의회는 이처럼 물고기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어업 개선안을 통과시켰다. 남획을 금지하고 어장 복구 노력을 의무화했다.

동해해양경찰서는 동·서해에서 오징어 불법 공조조업으로 약 6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대형트롤어선 선주 C(54)씨를 비롯해 공조조업에 가담한 채낚기어선 선장 등 총 36명을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채낚기어선이 집어등을 밝히면 트롤어선이 그물을 끄는 방식으로 오징어를 남획한 혐의다 사진은 공조조업한 트롤어선의 모습. [동해해경=연합뉴스]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지게 된 것은 쌍끌이 저인망식 트롤어업처럼 촘촘한 그물을 사용하거나, 바다 밑바닥까지 완전히 긁어내는 방식의 어업 때문이다.

트롤(trawl)어업은 그물을 바다 밑바닥에 늘어뜨린 뒤 배에서 수평으로 끌면서 고기를 잡는 어업을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잡아들인 물고기 가운데 상당수는 소비하지 않고 바다에 그냥 내버린다는 것이다.
유럽지역 어민들이 값이 별로 나가지 않거나 어종별 어획 한도를 넘어선 물고기를 바다에 버리는데, 잡은 물고기의 23%나 차지한다.

 
물고기를 남획하는 것은 기르는 어업과도 관련이 있다.
가두리 양식장처럼 물고기를 기르려면 사료를 사용해야 한다.
값나가는 물고기를 기르는 데 사용하는 사료는 이른 바 ‘잡어’라는 물고기를 원료로 쓴다. 폴 그린버그는 『포 피시』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질병과 오염은 모든 축산업이 안고 있는 전형적인 문제지만, 연어 양식의 경우 이 모든 것이 자연 환경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환경론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사료 방정식이 존재한다. 고작 0.5㎏의 양식 언어를 얻고자 1.5㎏이나 되는 자연산 물고기를 사료로 줄 이유가 뭐란 말인가?   -폴 그린버그, 『포 피시』

 
세계적으로 중국 어선들의 남획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의 원양어선들도 남획에 가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EU는 2013년 11월 한국을 ‘예비 불법 조업국’으로 지정했다.
한국 어선들이 서아프리카 가난한 국가의 연안에서 불법 침입해 조업을 벌이고 남획을 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한국 원양업계가 서부 아프리카 해역에서 잡아들이는 물고기는 연간 6만4000t으로, 이 중 4만t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법조업국으로 최종 지정되면 EU 지역으로 수산물을 수출할 수가 없고, 어선들이 EU 항구를 이용할 수도 없다.
 
해양수산부는 기니 등 서아프리카 수역에서 조업하는 국내 원양어선의 숫자를 줄이고 ▶조업 감시센터 설립 ▶원양어선 위치추적장치(VMS) 도입 ▶불법조업 처벌 강화 등 EU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가까스로 불법 조업국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했다.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부산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SOS TUNA` 대형 글자를 만들어 참치남획 금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그린피스는 지난 2013년 태평양에서 한국 어선들이 집어 장치(FAD)를 사용, 참치를 남획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집어장치(FAD, Fish Aggregating Device)는 고기를 모으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다.
망망대해에 커다란 물건을 띄워놓으면 작은 물고기들이 그 아래 숨어들고,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큰 물고기가 몰려든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한국의 참치 어선들이 스티로폼 덩어리 같은 것을 던져 물고기를 모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FAD를 사용하지 않고 잡은 참치를 캔에 표시하기도 한다.

해양생태계 해치는 참치 FAD. [자료제공=그린피스]

또 남획이 아닌 지속가능한 어업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았다는 마크를 참치캔에 부착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선들이 버리거나 사용하다 파도에 휩쓸려 잃어버린 그물들도 문제가 된다.
바다에 가라앉은 버려진 그물에 물고기들이 갇혀 오도가도 못 하다가 굶어 죽은 경우가 많다. 이를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라고 한다.
유령어업을 막기 위해서 바다 속에서 저절로 분해돼 사라지는 생분해성 그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어족 자원과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공해(公海)에도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을 지정해서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부터 유엔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국제 협약'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전망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해역을 보호구역으로 선정할 것인지, 어느 정도 규모로 지정할 것인지, 금지행위는 어느 수준까지 할 것인지, 규제를 위반했을 때 어떻게 제재를 가할 것인지 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획'과 관련된 기사
 

관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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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피시』 Four Fish

폴 그린버그 지음 ∣ 박산호 옮김 ∣ 시공사
 
이 책에서는 연어●농어●대구●참치 등 사람들이 많이 먹는 네 종류의 물고기들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바다에서 이 물고기들이 처한 현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전 세계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가 연간 8500만 톤으로 반세기 전보다 여섯 배나 많은 양이라며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을 줄이지 않으면 바다 식량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텅 빈 바다 - 남획으로 파괴된 해양생태계와 생선의 종말』 The End of the Line  
찰스 클로버 지음 ∣ 이민아 옮김 ∣ 펜타그램
 
 
바다의 바닥을 싹싹 훑어내는 트롤어업 등 공장식 어업이 전 세계 바다를 생명 없는 사막으로 만들고 있음을 고발한 책이다. 육지에서 벌어졌으면 사람들이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을 생선 남획이지만 먼 바다에서, 포유동물이 아닌 냉혈동물인 생선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지나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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