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거래 일삼는 악역 이미지 강해
이후 프랜차이즈 업계는 난리다. 다음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에서는 한국프랜차이즈사업협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기영 협회장과 관계자들은 머리를 숙였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과 질타가 과거 잘못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대기업들에게 스스로 변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듯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자정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박 회장은 “공정위 조사가 계속돼 가맹본부가 붕괴되면 가맹점, 즉 자영업자도 무너져 경제에 큰 상처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주들을 방탄용으로 내세우는 것도 빼놓지 않은 셈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자정할 시간 달라”
김상조 체제 공정위 출범 일주일 전인 6월 5일, 참으로 기기막힌 타이밍에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사건이 터진다. 바로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다. 대구야구장 경기를 TV중계로 보다 보면 포수 뒤쪽에 있는 치킨광고판을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호식이두마리치킨 광고판이다. 야구장 펜스 중 가장 비싼 본부석 하단 A보드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데, 노출효과가 아주 좋다.
대구에 기반을 둔 이 치킨 업체가 비싼 광고모델을 기용한 TV CF 없이도 전국적 인지도를 얻게 된 데는 야구장 광고 효과가 컸다 .그러나 이 때문만은 아니다. 브랜드 이름이 워낙 독특하다. ‘두마리’라는 것도 이색적인데다 구수한 창업 경영자의 이름(최호식)을 앞에 붙여 각인효과를 높인 덕분이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회장의 추행으로 드러난 부차적 사실이 하나 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이 주식회사 같은 법인이 아니라 개인사업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동네 자영업자 같은 개인사업자라는 것이 놀랍다.
최호식 회장은 ‘닭 팔아 건물 산 회장님’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330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의 지상 18층짜리 사옥(호식이타워)을 매입했는데, 인기 걸그룹을 불러 입주식 공연을 했다. 1000개가 넘는 가맹점, 대기업 못지않은 사옥을 갖춘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지난해 매출 57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을 넘어 중견기업 수준에 이른 이 업체가 법인이 아니다. 세금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개인사업자 신분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주식회사로 법인전환하면 호식이두마리치킨은 당장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회계사로부터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하고, 감사내용과 결산 재무제표, 그리고 회사와 관련한 여러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게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주가 누구이며 각각의 지분율은 얼마나 되는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중 얼마만큼을 주주에게 배당·지급했는지, 회사(또는 오너)와 특수관계에 있는 다른 회사와는 구체적으로 어떤 거래(매출, 매입, 자금대여, 차입 등)를 하였는지, 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지분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회사와 진행중인 소송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이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이야기다.
매출 500억원대 사업체를 개인사업자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세금을 더 물더라도 회사정보 공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과 ‘간섭’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경영자들은 숨기는 것이 많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 결국 구속 신세
싫든 좋든 생업수단으로 가맹점에 매달려있는 자영업자들이 증가했고, 가맹계약이나 거래관행의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도 많아 전면적으로 손을 대기가 만만찮았을 것이다. 본사에 대한 조사가 가맹점 영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공정위는 국민적 공분과 여론을 등에 업은 모양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여기서 질문을 좀 해 보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오너가 배당을 많이 받아가는 것은 부도덕한 짓일까? 예를 들어 2016년 회사 순이익이 50억원인데, 그와 맞먹는 50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겨간다면 나쁜 짓일까? 혹 순이익보다 더 많이 가져간다면? 친인척이 세운 회사로부터 치킨포장박스를 구매해 가맹점에 판매·공급하면 무조건 나쁜 짓일까, 아닐까? 만약 오너 또는 그 가족들이 직접 박스 회사를 설립해 공급한다면? 서울에는 가맹본사(법인)를, 그리고 지방 여러 곳에는 오너 가족들이 지사(개인사업자)를 만든 다음,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본사와 지사간 거래(특수관계인간 거래)로 치킨 가맹사업을 한다면 비난받아야 할 짓일까? 아버지가 출자해 치킨소스 회사를 만든다. 그리고 아들에게 지분을 증여해 대주주로 앉힌다. 아버지가 대주주인 치킨회사가 이 소스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소스회사는 그 이익으로 아버지가 보유한 치킨업체 지분을 조금씩 인수한다. 이런 식으로 저비용의 경영권 승계를 한다면 나쁜 짓일까? 법적으로 문제있는 거래일까? 오너 일가가 증여세를 현금이 아니라 회사 주식으로 납부하고(정부 소유), 이 물납주식을 치킨 업체가 정부로부터 재매입해 소각한다면 어떨까?
프랜차이즈 대표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치킨 업계에서 그동안 벌어져왔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아주 부도덕한 행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부도덕 차원을 넘어 법적 처벌도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특수관계인 간 거래는 거래 행위 자체만을 놓고 흑백을 가를 수는 없다. 구체적인 거래내용과 거래가격,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실제 사례들을 한번 보자. 고배당 논란이다. 교촌치킨 권원강 회장이 5년치 누적 순이익의 3배 수준을 한방에 배당받았다고 비난에 시달린 적이 있다. 권 회장이 2008년~2013년 회사로부터 배당받은 금액이 이 기간 누적 순이익인 48억원의 3배 정도인 145억원이었다고 한다. 교촌치킨(법인명 교촌에프앤비)의 주주는 권 회장 한 사람뿐이다. 그가 단일주주로서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회사의 순이익은 주주 몫이다. 순이익 중 배당하지 않은 금액은 회사의 자본항목 내 이익잉여금 계정에 누적되어가고, 주주는 언제든 이익잉여금의 범위 내에서 배당을 받을 자격이 있다.
2008년 말 기준 교촌에프앤비의 이익잉여금 누적액은 247억원이었다. 이익이 날 때마다 배당을 챙겨갔다면 이만큼 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시기부터 권 회장은 회사로부터 해마다 적게는 15억에서 많게는 70억원까지 배당을 받았다. 어느 해는 순이익을 한참 넘어서는 금액을, 또 어느 해는 적자를 냈는데도 배당을 받아갔다. 그렇게 해도 2013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 누적 잔액은 103억원이나 됐다.
단일 대주주의 고배당은 원론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큰 것은 고배당의 근원인 이익잉여금 자체가 정당하게 벌어들인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점주들과의 불공정거래에서 이익을 대거 발생시켰다는 인식이다. 물론 본사는 억울해 한다. 점주들을 그렇게 못살게 굴었다면 프랜차이즈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이익은 오히려 갈수록 쪼그라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4위권인 네네치킨(법인명 혜인식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철호·현광식 형제가 지분을 각각 70%, 30% 보유하고 있다. 2015년 100억원을 배당받은 뒤 고배당 논란에 시달렸다. 두 형제가 배당을 받은 것은 2009년 40억원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 이후 큰 규모의 순이익(2010년 65억원, 2011년 58억원, 2012년 66억원, 2013년 101억원, 2014년 156억원, 2015년 172억원)을 냈음에도 배당을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5년 6년 만에 처음 배당을 했다. 치킨 업체들은 오너 단독 또는 오너 일가들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배당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것은 이익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촌은 왜 소스 제조 회사를 따로 만들었을까
한편으로, 경영권 승계문제를 염두에 둔 분할이라는 분석도 있다. 분할해 나온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아직 규모가 작다. 지금 권 회장이 이 회사 지분을 자식들에게 증여해 세금 부담을 줄이고, 자신이 보유한 교촌에프앤비 지분을 비에이치앤바이오가 차츰차츰 사들이게 해서 적은 비용으로 경영권 승계를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이익을 권 회장에게 배당하기보다는 지분 매입 자금으로 축적시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소스회사를 활용한 경영권 승계는 사실 비비큐치킨(제너시스비비큐)이 오래 전에 활용한 방식이다. 현재 비비큐치킨그룹의 지주회사인 제너시스는 2010년까지는 지엔에스푸드라는 사명을 사용한 치킨용 소스제조회사였다. 이 회사는 2002년 설립되었는데, 윤홍근 회장 아들(당시 7세) 혜웅씨가 지분 40%를 증여받아 대주주가 됐다. 당시 치킨을 만드는 회사 이름이 제너시스였다. 그런데 2011년 지엔에스푸드가 사명을 제너시스로 바꾸면서, 기존의 제너시스는 사명을 제너시스비비큐로 바꿨다.
제너시스는 조금씩 제너시스비비큐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을 1%대에서 30%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제너시스비비큐 지분을 36% 보유하고 있던 물류회사 지엔에스로지스틱스를 합병해 제너시스비비큐에 대한 지분율을 60%대로 확대했다. 현재 비비큐치킨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지주회사 제너시스에 대해 윤 회장 자녀인 혜웅·경원씨가 각각 62.6%, 31.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 지분은 5.5%다. 그리고 제너시스가 제너시스비비큐를 84.4% 지배하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 지분도 제너시스가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혜웅씨가 부담한 증여세는 5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수천억원 가치의 지분을 자식에게 이전하는 편법 경영권 승계를 했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것은 상당수 재벌기업들이 그동안 일반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많이 활용한 방법이다. 이 부분에 제동이 걸린 사례는 별로 없다.
이익의 정당성 검증받는 시험대
페리카나치킨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창업주 양희권 회장은 회사 지분이 하나도 없다. 부인과 아들, 딸에게 지분을 모두 증여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서울지사 역할을 하는 ㈜피아이에스만 법인형태로 설립하고 대구경북지사·부산경남지사 등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했다. 그리고 이들 사업체 대표를 양 회장의 부인이 맡고 있다. 한마디로 가맹본사와 개인사업체인 지사를 모두 가족이 경영하며 가맹사업을 이끌어가는 형태다.
이런 부분이 불법이나 탈법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는 앞에서 말했듯 거래구조와 가격, 이유 등을 세세하게 따져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런 구조는 오너 이익 극대화의 장치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직접 이해당사자인 가맹점주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결국 이번 공정위의 실태조사는 이익의 정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프랜차이즈들은 실태조사 이후 더 강력한 대책이 나올까 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